관광 위기, 긴 호흡으로 대처하라

입력 2020-02-02 15:23   수정 2020-02-02 15: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심상치 않다. 중국에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지구촌 곳곳에서도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 중국은 몇 개 도시를 봉쇄했으며, 우리도 고립된 교민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이송하기로 했다. 지금은 우선 감염 확산을 막고 우리 국민과 국내에 온 외래 관광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조치가 최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체계적이고 과감한 방역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외래 관광객을 우리 ‘관광시민’으로 간주해 안전하게 관리해줌으로써 한국 관광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어려운 국제관계 속에서도 방한 외래객 1750만 명으로 국가 성장동력이 됐던 관광산업도 비상경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 대책만으로 접근하기보다 과거의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어 근본적이고 긴 호흡으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관광기업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한국 관광 역사에서 보면 4년에 한 번씩은 위기가 오곤 한다. 1년 이상 지속한 주변 국가 간 외교 갈등 문제를 제외하고, 전염병을 비롯한 다른 위기는 대체로 5개월 뒤엔 회복되고 급격히 반등하는 추세를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은 최소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과 재원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반등의 시기엔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상시적 위기를 길게 보고 준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위기 과정에서 어떤 노력이 효과적이었는지 기록하고 정리해 다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산업별 위기관리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관광목표를 질 중심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광 성과지표를 방문객 수보다 체류 일수와 지출액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단기와 장기 체류 관광객을 구분하지 않은 수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방한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관광의 위기는 대체로 자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로 인한 것이다. 그것은 관광정책이 외교나 경제 등 국가정책의 상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광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 일자리 창출 효과,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문화수준 향상 효과 등이 더 구체적으로 계량화돼야 한다. 국민의 행복과 경제 성장을 위해 관광정책이 먼저 고려될 수 있도록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진짜 위기는 준비되지 않은 불안감이다.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는 관광산업과 정책은 현재는 물론 미래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가 위기관리 과정에서 얻은 관광객과 국제사회의 신뢰는 한국 관광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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