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 안 좋으면 던져라

입력 2020-02-02 15:46   수정 2020-02-02 15:48

옵션매매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포커, 고스톱에 비유해보자. 포커는 들어온 패를 보고 베팅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게임이다. 베팅에 대한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 옵션을 매수하는 것과 비슷하다. 베팅할 옵션 수량을 얼마로 결정할지는 투자자에게 달려 있다. 시장이 이긴다면 베팅한 금액을 모두 잃겠지만, 내가 이긴다면 이긴 만큼의 돈을 가져올 수 있다.

고스톱은 다르다. 일단 판이 돌면 아무리 불리한 패를 갖고 있어도 게임을 멈출 수 없다. 이 판의 승자가 3점에 스톱해준다면 고마운 것이고, 스리고에 피박에 광박까지 더해지면 갖고 있던 돈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옵션매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정된 수익, 무한정의 손실 가능성이 옵션매도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선물옵션 교육이나 서적에서 옵션매수의 무한정 수익과 한정된 손실이라는 특징을 강조한다. 옵션매수가 마치 안전한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옵션매수로 ‘깡통’을 차는 사례를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옵션을 매도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증거금이라는 규정을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개인투자자는 옵션매수자 입장에 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옵션매수가 그렇게 좋다면 왜 기관이 옵션매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옵션매수는 한 번의 베팅으로 내가 계좌에 갖고 있던 전액이 투입될 수 있다.

옵션매도는 증거금 규정 때문에 작은 수량만 베팅이 가능하다. 한정된 수익 때문에 버는 돈이 적어 아쉬워할 투자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투자자가 과연 옵션매도를 통해 한정된 수익이라도 지속적으로 벌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옵션 시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MIT 로켓공학자부터 수학자에 경제학자까지 작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첨단의 매매기법을 총동원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실패 사례가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옵션매수로 실현되기 어려운 대박 환상을 좇는 것보다 옵션매도를 통해 한정된 수익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매매가 더 나을지 모른다. 꼭 한 가지는 기억하기 바란다. 패가 안 좋아 보이면 그냥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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