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시, 사상 초유 '외출금지'…베이징, 10년 방치 '사스병원' 개조

입력 2020-02-02 17:09   수정 2020-02-03 04:08


2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상징 톈안먼(天安門)이 있는 창안다제(長安大街). 평소 같으면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있을 이곳은 지나가는 차량도,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굵은 눈발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금성이 폐쇄되고 중국 정부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막으면서 관광객이 사라졌다. 인근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거리 일대도 외국인 관광객이 끊겨 한산했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흰색과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주위를 경계하며 종종걸음쳤다. 춘제(중국 설) 당일에만 문을 닫았던 백화점과 쇼핑몰, 마트 등은 절반가량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오후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에서 누가 요즘 거리를 다닙니까? 다들 집에서 뉴스만 보고 있죠. 음식이나 생필품 주문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죠. 가게를 찾는 사람이 평소의 3분의 1도 안돼요.” 평소 가끔 가는 한국 마트의 점원이 들려준 얘기다. 문을 연 식당들은 상당수가 매장 영업은 하지 않은 채 포장과 배달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인구 2100만 명의 세계적 대도시 베이징이 적막의 도시로 변했다. 지하철 이용객도 평소보다 60% 이상 줄어들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언제 베이징을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짙게 깔려있다. 2일 0시 현재 베이징의 우한 폐렴 확진자와 사망자는 183명과 한 명. 아직까지 대유행의 조짐은 없다.

하지만 크고 작은 우한 폐렴 뉴스에 베이징 사람들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장 교민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왕징에서 두 명의 환자가 나왔다는 소문에 교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은 베이징에 주재하는 일부 주재원과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방학을 맞은 유학생과 설을 보내려고 한국에 들어간 자영업자도 대부분 이번 사태가 수그러들 때까지 돌아오지 않기로 했다. 10만 명에 이르던 베이징 교민도 3만5000명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인들도 불안해 하긴 매한가지다. 우한과 인근도시, 후베이성에서 취해진 조치가 시간이 지나 베이징에도 내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일 0시 기준 31개 성(省)급 행정구역에서 1만4380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3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590명, 사망자는 45명 늘었다. 확진자는 지난달 20일 위생건강위가 공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이래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베이징 사람들은 베이징에서도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우한과 인근 도시들처럼 도시가 봉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한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황강(黃岡)시가 내린 조치처럼 모든 시민에게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는 것도 미리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황강 내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오직 한 명만 외출해 생필품 등을 살 수 있다. 곳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이 통행증을 소지했는지 검사하고 있다.

중국 동부 저장성의 인구 900만 도시 원저우(溫州)도 오는 8일까지 황강과 같은 내용의 외출 금지령을 발동했다.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번지자 베이징시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사스가 중국을 강타했을 때 황급히 지었던 창핑구의 샤오탕산 병원 개조 공사에 들어갔다. 1000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당시 7일 만에 완공됐다. 1400여 명의 의료진이 투입돼 전국 사스 환자의 7분의 1을 치료해 ‘사스 퇴치의 성지’로 불렸다. 이후 2010년부터 방치돼왔다. 이를 놓고 베이징에서도 환자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미리 준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200만 명에 이르는 군 병력 투입을 결정했다. 주요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드론까지 띄웠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길거리를 다니지도 않고, 대부분의 외부활동도 하지 않고 뉴스만 듣고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베이징이다.

kdg@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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