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 금지' '중국인에 단기비자 발급 중단' 한다더니…"검토"로 말바꾼 정부

입력 2020-02-02 19:59   수정 2020-02-03 00:57

“무증상·경증 환자에게서 전염이 일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대처가 어렵습니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처의 엄중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전까지 “의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해온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해 정부 책임자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와 경로가 당초 정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날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 검토 △한국인의 중국 관광 금지 검토 등 한층 강화한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중국 비자는 목적에 따라 관광과 사업, 취업, 유학 등으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발급이 쉬운 관광비자를 얻어 간단한 업무를 보고 지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광 금지 조치가 이뤄지면 한·중 간 민간 교류 전반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날 오후 5시30분 낸 보도자료에서는 ‘금지’로 못 박았다가, 7시37분 뒤늦게 ‘중단 검토 예정’으로 수정했다. 당초 중국인의 한국 관광도 막기로 결정했다가 중국 측의 항의로 뒤늦게 방침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중국 우한 교민 이송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유증상자는 국내로 이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 뒤 박 장관은 “유증상자도 이송하겠다”고 뒤집었다. 결국 같은 날 저녁 이 같은 입장이 번복됐고 무증상자만 이송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이날 우한 폐렴 확산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별도의 입국절차를 밟도록 했다. 특별입국절차가 신설돼 한국 내 주소지와 연락처를 기입해야 한다. 입국심사 과정에서 신고한 전화번호로 실제 연락이 가능한지도 검증받는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입국이 불허돼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울러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결정했다. 3번 환자와 접촉했지만 일상 접촉자로 분류돼 모니터링만 받았던 6번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며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데 따른 조치다. 보건소와 읍·면·동사무소에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격리자의 외출 여부를 관리한다. 격리 기간 생활비와 유급휴가비 등을 지원하며 격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최근 중국 방문 경험이 있으면 업무에서 14일간 배제된다. 기존에 후베이성 방문자로 한정했던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학교나 유치원 등의 휴교령도 더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하던 것을 시·도교육감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중국 유학생이 많은 국내 대학의 휴교 여부 등에 대해서도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박 장관은 “현재 감염병 위기 단계는 ‘경계’ 수준이지만 대책은 한 단계 높은 ‘심각’ 수준에 맞춰 내놨다”며 “심각 단계를 발령할 만큼 광범위한 확산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더욱 강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일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스크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마스크 제조업체와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마스크 제조업체가 24시간 공장을 돌려 하루 1000만 개 이상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경목/이지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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