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과하게 한다더니 또 늦장… '접촉자 대응' 메르스 이어 다시 흔들

입력 2020-02-04 09:58   수정 2020-02-04 13: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 19일부터 2주 동안 확진자는 총 15명, 접촉자 수는 913명까지 늘었습니다. 비행기 동승으로 인한 전염을 제외하고 국내에서만 2차 감염자(1차 확진자에 의한 감염) 3명, 3차 감염(2차 감염 확진자에 의한 감염)자까지 2명 발생했죠.



결국 정부는 2020년 2월 2일 브리핑을 열어 격리 조치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은 자가격리 대상을 확진 환자의 밀접접촉자로 한정했지만 앞으로는 일상접촉자도 포함합니다. 기존에는 일상접촉자일 경우 능동감시만 받았습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준 강화 이유에 대해 "무증상·경증 환자에게서 전염이 일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응지침에 이 내용을 반영하고 2020년 2월 4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겠다"는 초기 선언이 무색하게 무증상 환자(능동감시 대상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능동감시, 자가격리 등 조치의 기준이 되는 '접촉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게 감염 확대 방지의 핵심입니다. 2015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선례가 있습니다. 당시 '슈퍼 전파자'로 불리던 14번 환자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죠. 확진을 늦게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도 있습니다. 두 소송 모두 5년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정부 발표와 여러 보도에서 접촉자 현황을 안내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명확한 설명이 없어 궁금해하시는 분들, 왜 바뀐 건지 의아하실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뉴스래빗 [팩트알고]에서 접촉자 개념과 기준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래빗은 접촉자의 정의와 기준을 파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접촉자 개념과 기준, 확진자 발생에 따른 접촉자 수 데이터를 수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자 개념과 기준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한다.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이 자료에는 확진자의 이동 경로, 접촉자 수 등이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접촉자 기준을 제시한다.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는 접촉자 기준 뿐 아니라 초기 확진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또, 확진자 중 능동 감시 대상이 얼마나 있는지 분석했다. 초기 증상이 없거나 위험군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감염 확진된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밀접접촉자, 일상접촉자, 능동감시…
: 헷갈리는 용어, 개념과 기준은?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통틀어 '접촉자'라고 합니다.

정부는 접촉자를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두 종류로 나눠왔습니다. 밀접접촉자에게는 자가격리와 능동감시가 모두 이뤄지고, 일상접촉자는 격리 없이 능동감시만 합니다. 능동감시는 관할 보건소에서 발열 등 증상을 매일 전화로 확인하는 일을, 자가격리는 집 밖으로 못 나오게 조치하는 일을 뜻하죠.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 2월 4일부터 일상·밀접 구분을 폐지하고 '접촉자'로 일원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부터 모든 접촉자가 자가격리 조치를 받게 됩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밀접·일상 접촉자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구분돼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자 범위를 "환자의 증상 발생 기간 중 항공기, 공항, 의료기관, 일상생활 등에서 환자와 접촉한 인원을 대상으로 노출 정도와 보호구 착용 여부에 따라 설정한다"고 명시했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020년 1월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밀접접촉자로 분리된 경우 감염병법에 의해 보건소장이 격리통지서를 발부하고 자가격리와 능동감시를 같이 받게 된다"며 "일상접촉자는 자가격리는 받지 않되 능동감시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메르스 때는 글로벌 기준에 가까웠으나…
: WHO, 美 CDC 글로벌 기준은?
정부는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접촉자 구분을 사실상 일원화했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위기 대응 매뉴얼이 크게 변한 건데요.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에는 기준이 또 달랐습니다.

메르스 당시 정부는 밀접접촉자를 확진·의심환자가 유증상기에 접촉한 자 중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와 2m 이내에 머문 경우, 같은 방 또는 공간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로 정의했습니다. WHO, 미국 CDC 등이 현 시점 적용하고 있는 기준과 유사하죠.

일상접촉자 지정 기준 역시 '의심·확진자와 동일한 시간 및 공간에서 활동한 자 중 개인보호구 착용 않고 감염 노출 또는 접촉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로 명확했습니다.
WHO는 접촉자를 '밀접접촉자'로만 정의합니다. 다만 WHO가 2020년 1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밀접접촉자를 4가지 기준으로 상세히 분류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진료와 관련한 경우입니다. 확진자를 직접 관리한 의료진이나,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머무른 환자 등을 포함합니다. 둘째는 강의실 등 가까운 공간에서 확진자와 함께 있었던 경우입니다. 셋째는 환자와 버스·지하철·비행기 등 운송 수단으로 함께 여행한 경우입니다. 넷째는 환자와 같은 곳에 거주하는 경우입니다.
CDC의 기준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CDC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환자의 증상 기간 중 보호 장치 없이 약 2m 이내 혹은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던 경우입니다. 둘째는 함께 살거나 보살핌을 받거나, 같은 의료실 혹은 의료 대기실을 사용한 경우입니다. 셋째는 보호구 착용 없이 전염성 있는 분비물에 직접 닿은 경우입니다.
역학조사관 재량권 강화…
: 메르스 이어 또 흔들린 '접촉자 기준'
정리해보면, 접촉자 기준은 메르스와 우한 폐렴을 거치며 글로벌 기준과 유사한 구체적인 형태,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기는 형태, 다시 '자가격리'로 일원화한 형태 등 3가지 변화를 겪은 셈입니다. 매 감염병마다 요동치는 정부 매뉴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현재 정부는 명확한 기준보다 역학조사관의 재량권을 강화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2월 4일부터 일상·밀접 구분을 폐지하고 '접촉자'로 일원화해 전원 격리하기로 했지만, 접촉자 판정은 여전히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메르스 때만 해도 WHO, CDC와 유사한 수준이던 이 기준은 우한 폐렴 상륙 후 왜 느슨해진 걸까요.

정부가 메르스 당시 기준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유가족 측은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밀접접촉자 범위가 너무 좁아 질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들어서는, 접촉자를 기계적 기준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입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생물테러 총괄과장은 "역학조사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으로 획일적인 판단이 어렵다"라며 "지침도 역학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확진자 10명 중 5명 능동감시
재량 의존해 빚어진 '선별 실패' 따져봐야
여기까지만 보면 메르스 때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2020년 우한폐렴 대응에서 문제점 또한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기 확진자 10명 중 5명은 능동감시 대상이었습니다. 메르스 당시 초기 확진자 10명이 모두 의료진이나 가족 등 밀접접촉자였던 점과 대조됩니다. 우한폐렴의 경우, 그만큼 초기 증상만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메르스 때 기준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문제였다면, 우한폐렴에서는 기준을 역학조사관의 역량에 맡기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3번 확진자와 1시간 30분이나 식사를 함께한 6번 확진자가 '일상접촉자'로 구분됐던 점이 대표적이죠.

6번 확진자는 증상이 없어 일상접촉자로 구분됐지만, 3번 확진자를 만난지 5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6번 확진자의 아내와 아들도 각각 2020년 1월 29일과 30일 확진자가 됐습니다.




이외에도 5번 확진자와 접촉했던 9번 확진자, 7번 확진자의 옆 좌석이었던 8번 확진자 모두 자가격리가 미리 이뤄졌더라면 추가 접촉자를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5번과 8번 확진자는 각각 접촉자 수가 35명과 67명에 달합니다.

정부가 2020년 2월 2일, 확진자가 15명에 달했을 쯤에야 강화 조치를 내놓은 이유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결국 역학조사관이 재량적으로 판단하던 일상·밀접접촉자 구분을 2020년 2월 4일부터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구체적이었던 메르스 당시 기준과, 접촉자를 두 종류로 나누고 사람의 재량에 맡긴 우한 폐렴 초기 기준 모두에 맹점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 1시간 30분간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했다면 밀접접촉자로 판단해 자가격리했어야 합당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능동감시 대상자로 느슨하게 관리된 건 분명 틈이 발생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접촉자 정의에 따른 격리, 능동감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과도할 정도의 조치'?
: 늦장 대응에 국민 우려 ↑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2월 2일 브리핑에서 "이제부터가 중요한 고비로 과도할 정도의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말,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28일 "정부 차원에서는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시점에서 조치가 미리 이뤄졌더라면 질병 확산을 조금 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2020년 우한폐렴 들어 기준을 구체적으로 두지 않고 역학조사관 재량에 맡겨 유연해졌지만, 그 유연함이 일으킨 부작용을 반드시 되돌아봐야 합니다. '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조치는 결국 많은 국민에게 "늦었다"고 질타받은 후에야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 국민들의 두려움은 빠르게 가중되고 있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 만에 확진자 수가 10명 늘었습니다. 마스크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백화점과 마트는 텅텅 비었습니다.

"자가격리를 일상접촉자에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강화책, 과연 사태 수습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부디 사태가 조속히 안정돼 우리 모두 바이러스 걱정 없던 일상으로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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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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