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쿤, "잠들게 해줄게요" 잠방송으로 10개국 220만명 홀렸다

입력 2020-02-04 17:10   수정 2020-02-05 02:31

중·고등학생에게 라디오는 낯선 물건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모바일 기기로 영상 콘텐츠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마음을 ‘할아버지 미디어’인 라디오로 사로잡은 스타트업이 있다.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를 서비스하는 마이쿤이다.

마이쿤은 지난해 12월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 가치가 3000억원에 이른다. 일찍 해외 진출에 나서 세계 1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선 마이쿤을 ‘유니콘에 가까운 스타트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면 기업 가치 1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올드 미디어를 젊게 재해석”

스푼라디오의 월간 이용자 수는 220만 명에 달한다. 주 이용자는 10대다. 음악을 틀어놓고 청취자와 이야기하는 ‘소통방송’, 자기 전에 듣기 좋게 글귀를 조용히 읽어주는 ‘잠방송’ 등이 특히 인기다.

영상 매체에 익숙한 어린 세대는 라디오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최 대표는 “어린 세대가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콘텐츠가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라디오만이 주는 감성적인 매력에 어린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를 더하면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스푼라디오는 양방향 플랫폼이다. 청취자들이 댓글을 통해 DJ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10대에게 익숙한 아프리카TV의 ‘오디오 판’인 셈이다.

최 대표는 마이쿤을 2013년 설립했지만 당시 사업모델은 지금과 달랐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성장세를 걷던 사업은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이 줄어들면서 고꾸라졌다. 스푼라디오를 내놓은 것은 2016년 3월이다.

4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플랫폼을 일군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최 대표는 “콘텐츠 창작자에 친화적인 플랫폼을 만든 것이 통했다”고 말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플랫폼에 유통하기 위해선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창작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스푼라디오에서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청취자들이 앱 내 결제를 통해 DJ를 후원하는 게 가능하다. 다른 오디오 플랫폼에 비해 창작자들이 돈을 벌기 쉬운 구조다. 최 대표는 “유튜브가 성장한 이유도 수익 창출 가능성을 본 크리에이터가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스푼라디오엔 월 1억~2억원의 수익을 내는 DJ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국가에서 자란 사람만 기용

마이쿤이 3000억원의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데에는 활발한 해외 사업 영향도 있다. 스푼라디오는 한국에서 자리잡기 전인 2017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최 대표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영상 시장의 5분의 1 정도”라며 “시장 규모가 작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스푼라디오는 현재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 시장 규모가 크다. 최 대표는 “스푼라디오는 일본에서 한국에서만큼 잘되고 있다”며 “조만간 일본 매출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쿤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거친다. 해외 운영 인력은 해당 국가에서 자란 사람이나 인생의 최소 3분의 2 이상을 현지에서 보낸 사람으로만 채운다. 최 대표는 “얼마 전 한국에서 ‘가즈아’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면 맥락을 모르는 유행어”라며 “스푼라디오는 현지 문화를 체화한 사람으로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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