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1억원이 넘는 전기자동차 ‘테슬라 모델S’였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연봉을 1000만원 인상하는 계약도 맺었다. 다른 우수 성과자들에게는 65인치 UHD TV, 건조기, 스타일러, 안마의자 등이 주어졌다. ‘깜짝 발표’도 있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중 드물게 올해 티몬이 흑자를 낼 것 같다”며 “실현되면 해외여행을 전부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초 단위 타임 커머스도 선보여
티몬은 2010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 기업이다. 타임 커머스란 이름으로 특정일, 혹은 특정 시간에 초저가 행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7월엔 자두를 타임 커머스로 내놔 돌풍을 일으켰다. 단 10분 만에 자두 10만500개가 팔렸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역사상 최단 시간, 최다 판매 기록이었다. 한국기록원 공식 인증까지 받았다. 당시 판매한 자두 한 개 가격은 100원이었다. 무료 배송도 해줬다. 티몬은 이런 식으로 의성 사과즙 6만여 개, 고랭지 레드 비트즙 5만여 개 등을 10분 만에 판매했다. 애플 에어팟 등 인기 제품이 티몬 ‘타임딜’에 특가로 나오면,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타임 커머스로 자리를 잡은 티몬이지만 잊혀질 뻔한 ‘암흑기’도 있었다. 창업자 신현성 의장이 2011년 지분을 매각하고, 이후 대주주가 또 바뀌면서 오너십이 흔들린 탓이었다. 쿠팡, 위메프가 급격히 덩치를 불릴 때 티몬은 별다른 존재감 없이 세월을 흘려보냈다.
큰 변화는 2018년 찾아왔다. 이 대표가 티몬 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됐다. 그는 당시 대표로 있었던 유한익 이사회 의장과 함께 티몬의 ‘정체성’을 다지는 작업을 시작했다. 티몬 하면 떠오르는 ‘결정적 한 방’을 준비했다. 위기감 때문이었다. 티몬이 온라인 쇼핑몰인지 모르는 사람조차 많았다.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만한 서비스나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유통의 본질부터 고민했다. 쿠팡처럼 빨리 배송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 ‘곁가지’라고 판단했다. 결국은 가격이었다. 그는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특가로 판매하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다음은 마케팅 방식.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 위해선 강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단순히 싸게 판매해선 주목도를 높일 수 없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을 참조했다. 제한된 시간에 세일을 크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나온 것이 ‘타임 커머스’였다. 처음엔 특정일을 정해놓고 초특가 상품을 판매했다. 그런 뒤에는 시간을 더 세분화했다. 오전 7시에는 영화표를 500원에, 8시에는 세제를 300원에 판매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초 단위 세일까지 한다.
“유통의 본질은 배송 아닌 가격”
이 대표가 온라인 쇼핑 사업에 눈을 뜬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1990년대 초반 이 대표는 ‘하이텔’에서 옷을 팔았다. 서울 문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주로 할인 상품을 떼왔다. 그는 “한 달에 용돈 1만원을 받았는데, 옷을 팔아서 20만원 넘게 번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 중 온라인 쇼핑몰을 세웠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판매했다. 닉스 리바이스 폴로 등 200개 브랜드를 팔았다. 전략은 단순했다. 해외에서 싸게 상품을 구해온 뒤,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하는 곳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 월 매출은 4000만원에 육박했고, 마진은 50%에 달했다. 한 달 수입이 2000만원이었다.
쇼핑몰 사업에서 수완을 보인 이 대표는 돌연 취업을 결심했다. “큰 회사를 경험하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며 아버지가 취업을 권했기 때문이다. “딱 1년만 다니겠다”며 2008년 들어간 곳이 G마켓(이베이코리아)이었다. 얼마나 다니기 싫었는지 달력에 ‘X자’를 그어가며 버텼다. 직장 선배들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업하다 온 사람은 금방 나간다’는 편견이 강했다. 하지만 그는 1년이 지나도 나가지 않았다. ‘뒤늦은 깨달음’이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골치를 앓았던 세무, 회계, 법무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었다.
2011년 쿠팡으로 옮긴 뒤 그는 또 한번 ‘가격’의 중요성을 배웠다. 해외직구팀장을 맡았을 때다. 한 달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과를 냈다. 하지만 회사와 고객의 평가는 달랐다. 고객 만족도가 기대 이하였다. 회사는 그에게 “해외직구팀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유를 분석했다. 처음에는 ‘해외직구 상품이라 배송이 느려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를 받아보곤 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고객들은 ‘가격이 비싸서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유통의 본질은 ‘가격’이었다.
올해 흑자전환 목표
이 대표의 올해 목표는 ‘흑자전환’이다. 상당수 e커머스 기업들이 거래액, 매출 등 외형을 중시하는 것과 다르다. “온라인 쇼핑 사업으로도 돈 버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상품을 조정하고 있다. “대형 가전 등 매출은 크지만 팔아서 안 남는 상품은 과감히 버리라”고 지시했다. 외형이 쪼그라드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타임 커머스로 판매 중인 초특가 상품 대부분은 수익이 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티몬은 작년 월 100억원 수준이던 적자 규모를 10억원까지 줄였다. 이르면 다음달 월 단위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적자를 내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써서가 아니라 상품 기획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상품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그는 MD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좋은 상품을 발굴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서 동기를 부여한다. 이 대표는 회사의 핵심인 MD들의 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쇼핑도 '득템'하듯…티몬, 홈쇼핑처럼 판다
'티비온'으로 미디어 커머스 키워
티몬이 ‘타임 커머스’와 함께 주력하는 분야는 ‘미디어 커머스’다.
티몬은 ‘티비온’(사진)이란 미디어 커머스를 2017년 9월 선보였다. TV 홈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쇼호스트가 방송에 나와 상품을 설명하면서 판매한다. TV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하는 게 일반 홈쇼핑과의 차이다.
티몬이 미디어 커머스 분야를 키우는 것은 타임 커머스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쇼핑 채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티몬은 쇼핑을 크게 ‘목적형’과 ‘발견형’으로 나눈다. 목적형은 소비자가 살 물건을 미리 정해놓고 쇼핑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치약이 떨어졌으면 치약을 검색해 구매하는 식이다. 이 분야에선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티몬은 발견형 쇼핑에 강점이 있다. 티몬에 들어갔더니 자두를 10분간 100원에 팔아 구매했다는 식이다. TV 홈쇼핑도 비슷하다. 채널을 돌리다가 눈이 가서 보고, 그러다 구매까지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티몬 관계자는 “게임에서 득템(아이템을 획득)하듯, 쇼핑도 득템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견형 쇼핑 분야에서 티몬이 차별화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티몬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티비온의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119% 늘었다. 방송 횟수는 1132회로 170% 증가했다. 방송 중 구매자 수와 판매량은 세 배 이상 늘었다.
티몬은 최근 일반인도 티비온을 통해 상품 판매를 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알리바바가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왕훙’을 끌어 모으는 플랫폼이 된 것처럼, 국내 인플루언서를 티비온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다. 연예인들도 티비온을 통해 상품 판매에 나섰다. 개그맨 정형돈과 안영미, 가수 하하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먹방과 사용자 리뷰, 현장 생방송 등 다양한 방송이 나가고 있다. 식품과 유아동 상품군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특히 크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유튜브처럼 티몬에 언제 들어와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고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진원 티몬 대표
△1979년 서울 출생
△1998년 서울 중산고 졸업
△2005년 명지대 경제학과 졸업
△2002년 온라인 쇼핑몰 창업
△2008년 이베이코리아 MD
△2011년 쿠팡 영업실장
△2016년 위메프 부사장
△2018년 티몬 최고운영책임자(COO)
△2019년 티몬 대표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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