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래도 희망은 있다

입력 2020-02-04 17:53   수정 2020-02-05 00:03

지난달 31일 중국에서 전세기로 입국하던 우한 교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스크를 꾹꾹 눌러쓴 교민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검역절차를 밟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교민들이 우한에서 전세기에 오르기 전 훈훈한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노인과 아이들을 우선 오르게 한 배려가 돋보였다고 한다. 전세기 안에서 교민 이송을 돕던 승무원들도 검역복과 고글로 중무장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호응하듯 교민이 수용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도 따뜻함으로 맞이했다. 지금 소셜미디어에 한창 붙고 있는 ‘#우한교민환영’ ‘#We are ASAN’이라는 해시태그가 그 방증이다. 교민을 싣고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온 버스를 향해서는 ‘환영한다’는 손팻말로 선한 영향력을 피워냈다. 충남 아산시민들의 빛나는 시민의식이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국민성은 위대하다. 한강의 기적과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하나로 똘똘 뭉치는 국민성을 과시했다. 때때로 반목과 갈등도 겪었지만 방향성은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체감을 갖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이런 점에서 최종 방어선은 무너지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재대도 불안감 씻어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지난달 28~31일 집중휴무제 운영 중에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2020학년도 1학기 중국 교환학생 파견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건강증진센터, 대외협력처, 국제언어생활관 등 여러 관계부서가 참여해 내린 결정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학생들에게 향후 교환학생 우선 선발권 부여 등 추가 지원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예정된 학위수여식과 입학식도 연기나 취소를 검토 중이다. 두 행사는 학생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지만 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면밀히 다뤄야 한다. 대응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 아래 세웠다.

많은 정보와 소식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의지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동참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적인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수를 선진 시민의식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자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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