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의 '반격'…모친·동생 지지 확보

입력 2020-02-04 17:30   수정 2020-10-19 18:52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가족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에 따라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이 고문과 조 전무가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체제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家) 대 조현아·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회장 권홍사) 연합세력 간 대결이 됐다.

조 회장 측의 한진칼(그룹 지주회사) 지분율은 33.45%다. 조 전 부사장이 포함된 ‘3자 동맹’의 지분율 31.98%(의결권 기준)보다 많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 경영진이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33% vs 32%…모친·동생 손잡은 조원태, '조현아 연합군' 앞섰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31일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회장 권홍사)과 ‘3자동맹’을 맺으며 조 회장의 공개 퇴진을 요구한 지 나흘 만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누나(조 전 부사장)와 동생(조 회장) 간 대결로 가닥이 잡혔다.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양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치열한 득표전에 나설 전망이다.


조 회장의 반격, 지분율 역전

조 회장은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공격에 맞서 나흘 만에 지분율(우호 지분 포함) 구도를 역전시켰다.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의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조 전 부사장 측보다 많아졌다. 4일 기준으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조 회장(6.52%), 이 고문(5.31%), 조 전무(6.47%) 등 가족과 특수관계인(4.15%),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 총 33.45%에 달한다.

이에 비해 조 전 부사장 측의 지분율은 조 전 부사장(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8%) 등 32.06%다. 반도건설이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주식을 매입해 3월 주총에서 의결권 인정이 되지 않는 지분(0.08%)을 빼면 31.98%로 낮아진다. 양측 간 의결권 있는 지분율 차이는 1.47%포인트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이 함께하는 ‘3자동맹’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이 고문·조 전무와 수시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동맹을 맺은 이후 연락이 잦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초 큰딸(조 전 부사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쪽으로 기운 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한진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10위 항공그룹을 육성해온 조양호 회장의 유훈에 맞게 위기 극복을 위해 가족 구성원이 뭉쳐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일반주주 ‘캐스팅보트’로

조 회장 측이 지분율에서 조 전 부사장이 포함된 ‘3자동맹’을 앞섰지만, 그 차이가 1.47%포인트에 불과해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일반주주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4.11%가량(2019년 4월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5%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실제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파악하기 힘들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주주활동을 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토대로 한진칼 주총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로선 어느 쪽 편을 들 것인지는 가늠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30%가량의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펀드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주 표심 잡기 행보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양측은 ‘주주의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조 회장 측)과 ‘주주가치 제고’(조 전 부사장 측)를 내세우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3월 주총 끝나도 불씨 여전

다음달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주총 이후에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불안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양쪽의 대결 구도는 주총 후 새로운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 대결에서 진 쪽이 언제든지 임시 주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패한 쪽이 한진칼 주식을 팔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고 주요 주주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면서 다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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