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유권자, 유튜브 선거운동은 'OK' 집회·연설땐 '처벌'

입력 2020-02-04 17:19   수정 2020-02-05 03:04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처음 투표하는 4·15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학교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3 학생의 선거운동 허용 범위와 교사의 선거교육 방식을 두고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학교에서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하는 행위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2일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확대되면서 고등학교의 정치화와 교육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국회에 모호한 관련법 조항에 대한 입법 보완을 요구했다. 그러나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 대책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학교 현장에선 의도하지 않은 선거법 위반 사례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선거연령 확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선관위를 통해 확인한 선거운동 및 선거교육 지침을 4일 정리했다.


학생, 연설은 원칙적 금지

올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고3 학생은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학생이다. 교육부는 약 14만 명의 고3 학생이 새롭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만 18세 학생은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14만 학생 모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운동을 하려는 당시 나이가 만 18세여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일이 4월 16일인 학생은 선거 당일 투표는 할 수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올 4월 2일부터 4월 14일까지는 만 17세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만 18세가 넘더라도 고3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연설을 통한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개된 장소라도 고3 학생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연설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연설하려면 공직선거법 제79조에서 규정한 자격을 갖춘 이후 법에서 허용한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79조는 선거운동 기간 연설 가능한 사람을 ‘후보자·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선거사무원·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지정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설하려면 이 자격을 우선 갖춰야 한다. 다만 친구끼리 공개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행위는 가능하다.

만 18세 고3 학생은 문자메시지나 유튜브 등을 비롯해 인터넷 홈페이지, 이메일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SNS를 통한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인의 당선을 막기 위해 후보자를 비방하는 게시글을 올리면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선거운동을 위해 2개 이상의 교실을 방문하거나 정당·후보자의 성명이 적힌 인쇄물을 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모임이나 집회를 열어서도 안 된다. 특히 동아리 차원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선거운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만 학생단체 내부에서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을 두고 토론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교사, 고3 대상 모의선거 불가능

중앙선관위는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행위도 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당초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이 실제 후보자 및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고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모의선거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선 공무원이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모든 고등학생이 선거권이 없었기 때문에 모의선거 교육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일부 고3 학생이 선거권을 갖게 되면서 모의선거를 해선 안 된다는 선관위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고2 이하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사는 또 학교 내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발언을 해선 안 된다. 학교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학생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후보자(예비 후보자 포함)들이 학교 안에서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졸업식 시즌을 맞아 최근 논란이 됐던 교내에서의 명함 배부 행위나 악수 등 선거운동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거부하면 후보자는 학교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협의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구체적인 선거법 위반 사례를 충분히 담아 이달 중 각 학교에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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