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중 3~4위권으로 평가받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경선)에서 중간집계 결과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8년 아이오와 경선에서 당시 대세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으며 상승세를 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부티지지가 ‘제2의 오바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발표한 중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부티지지는 26.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25.2%,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8.4%, 조 바이든 전 부통령 15.4% 순이었다. 아이오와주 1765개 선거구 중 71%를 개표한 결과다.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앞서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5시에 62% 개표율 기준 득표율 순위를 발표했는데, 이때도 부티지지-샌더스-워런-바이든 순이었고 각 후보의 지지율도 71% 개표 때와 거의 같았다.
부티지지는 전날 경선 결과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 집계를 토대로 지지자들에게 “아이오와, 당신들은 미국에 충격을 줬다”며 승리를 선언했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말대로 될 확률이 커졌다. 개표가 다 이뤄진 뒤 부티지지가 샌더스에게 밀려 2위를 하더라도 아이오와 경선은 사실상 부티지지의 승리나 다름없다. 당초 아이오와주 경선은 ‘샌더스 1위, 바이든 2위’ 구도가 유력했는데 부티지지가 이 판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부티지지는 지중해 몰타섬에서 이주한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치 경력은 인구 10만 명 규모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낸 게 전부다. 중앙 정치 무대에선 신인이다. 그런 부티지지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중간집계 1위를 차지한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젊고 참신한 데다 똑똑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부티지지는 올해 38세의 ‘젊은 피’로 70대인 샌더스(78), 바이든(77), 워런(70)은 물론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3)과 대비된다.
부티지지는 연설 실력도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성적 우수생에게 주는 로즈장학금을 받아 영국 옥스퍼드대를 다닌 이른바 ‘엄친아’(모든 걸 갖춘 아이)다. 커밍아웃한 게이로 ‘소수자 코드’가 붙어 있지만 해군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어 군 복무가 존중받는 미국 사회에 어필하는 측면이 있다.
둘째, 중도 성향도 플러스 요인이다. 민주당 주류와 중도층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와 역시 좌파 성향인 워런에게 부정적으로, 중도 성향 바이든을 밀었다. 하지만 바이든은 ‘식상하다’는 이미지다. 바이든으론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힘들다고 본 중도층이 비슷한 성향의 부티지지로 옮겨탔을 가능성이 크다.
부티지지의 약점은 민주당 지지기반인 흑인층의 지지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성 소수자면서 화려한 경력을 갖춘 부티지지의 핵심 지지층은 중도 성향의 고학력 백인 유권자다. 백인 비율이 90%에 달하는 아이오와에선 부티지지가 먹혔지만 당장 2월 11일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상승세를 이어갈지, 특히 유색인종 비율이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2월 29일)에서도 높은 득표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