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푸르덴셜생명 인수전 뛰어든 KB금융 “高베팅 안해”…PEF 가져갈까

입력 2020-02-05 12:09  

≪이 기사는 02월03일(11: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것도 좋지만, 이후에 나올 다른 매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KB금융이 '공격적인 베팅'을 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3개 사모펀드(PEF) 중에서 푸르덴셜생명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푸본 제외 4개사 실사 시작

3일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설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인수 후보 4곳에 이 회사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담은 버추얼데이터룸(VDR)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달 16일 예비입찰에 들어왔던 대만계 푸본그룹은 설 이후까지도 고민을 거듭하다 지난달 29일께 VDR 실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는 자연스럽게 KB금융그룹과 사모펀드 3곳(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4곳으로 추려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그간 KB금융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KB금융그룹이 거느린 생명보험사 KB생명은 자산규모 10조원, 순자산(자본) 규모 6000억원 수준으로 덩치가 작다. 순자산 규모가 3조원을 넘는 푸르덴셜생명을 사들이면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특히 강남권에 고객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KB금융의 다양한 추가 금융상품 영업이 가능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실사가 시작된 후 KB금융그룹 내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스스로도 무조건 높은 금액을 써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고, 이에 따라 실무진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내부에서는 조만간 매물로 나올 생명보험사 매물이 많고, 삼성그룹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계열사 정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ABL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는 대부분 잠재 매물로 여겨지는데다 업계 3위 교보생명도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중재 결과에 따라 매물로 나올 여지가 있다. 이미 시장에 나온 KDB생명도 언제든지 매수 가능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비입찰에서 써낸 가격이 구속력이 없긴 하지만, (KB가) 적어도 높은 가격을 쓰지는 않은 것 같다"며 "본입찰에서도 공격적인 베팅을 기대하긴 어려운 듯 하다"고 평가했다.

◆PEF "고배당 성향 등 매력적"

PEF 3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KB금융과 달리 PEF들은 자금을 제때 소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만기까지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적시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 것이나 살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시간의 압박을 KB금융보다 더 느낄 수 있다.

PEF들이 푸르덴셜생명을 특히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우수한 건전성 등도 있지만 높은 배당률이다. 2018년 기준 이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204억원, 순이익은 1644억원인데 이 가운데 500억원을 미국 모회사(지분율 100%)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에 보냈다. 배당성향이 30%를 넘는다.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사모펀드 3사 가운데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베팅'을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과 한미캐피탈 등 금융사 인수 경험이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오렌지라이프 매각 이후 2년 이내 경업 금지 조항에 걸려 있다.

MBK 측은 이번 푸르덴셜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 신한금융 측과 아무런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잔금까지 납입하여 딜이 완전히 완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2년 경업금지 제한 규칙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금융사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작년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다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안타깝게 뺏긴 경험이 있다.

IMM PE도 눈길을 끄는 후보다. 우리은행과 함께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작년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딜에 초반에는 홀로 뛰어들었으나 나중에 우리금융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MBK파트너스는 FI로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우리금융은 롯데카드에 관심은 있지만 자본비율 문제로 당장 인수는 쉽지 않은 처지였다.

양측은 초반에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운영하며 '몸'을 만들고, 추후 우리금융에 운영 주도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경험이 있다. IMM PE는 이번 푸르덴셜생명에서 이와 유사한 구도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IMM PE가 우리금융지주의 주요주주로서 이미 가까운 관계기도 하다. 만약 양측의 컨소시엄이 성사된다면 SI+FI 연합군으로 탄력을 받게 된다. 다만 변수는 DLF 판매 등으로 인해 우리금융이 기관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입찰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기관 제재 여부가 3월 중에 결정되는데, 이 결과가 좋지 않다면 푸르덴셜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입찰 3월 중순 예정

이번에 매각되는 대상은 푸르덴셜생명의 자산규모는 작년 9월말 기준 20조8132억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자본)은 3조1266억원이다. 2018년엔 2204억원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보험사 건전성의 주요 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RBC)은 515%로 업계 최상위다.
KB금융은 재무자문으로 JP모간을, MBK파트너스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한앤컴퍼니는 삼일PwC를, IMM PE는 모건스탠리와 베인앤컴퍼니를 각각 선정했다. 법률자문은 세종을 선정한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이 모두 김앤장을 쓰기로 했다. 본입찰은 3월 중순 예정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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