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총 톱10' 격변…삼성그룹株 4개로 약진

입력 2020-02-05 16:14   수정 2020-02-06 01: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자동차와 무선이어폰 등의 배터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LG화학을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들의 순위가 올라갔다. 삼성SDI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삼성그룹주도 동반 약진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주 약진


삼성SDI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000원(1.95%) 오른 3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의 고공행진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로 연일 1년 내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말 16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4조원 넘게 불어나 2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순위는 19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LG화학도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1% 줄어드는 등 1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지만, 신수종 사업인 배터리 부문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올해 상승률은 20.31%에 달한다. 테슬라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의 배터리를 LG화학이 수주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슬라와 유럽 자동차 제조사의 판매량 전망치가 늘면서 3세대 전기차 시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에 대한 가치 평가도 다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위 10곳 중 4곳은 삼성그룹

조정장에서도 삼성그룹주가 치고 나가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4개를 삼성그룹주가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 ‘대장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SDI가 상승세를 타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으로 나오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 자리에 올랐다. 의약품 위탁생산 물량 증가 등으로 가동률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50만원대로 높이고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판매가격 상승과 환율 효과(원화 약세) 등으로 향후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고속 성장으로 지분법 이익 확대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는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5.0%, 43.4% 보유하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전체 기업가치 중 보유 계열사 지분가치는 약 85.8%에 달한다”며 “현재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충분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를 담은 삼성그룹주펀드도 상승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 대상 24개 삼성그룹주펀드의 최근 석 달간 평균 수익률은 7.64%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20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중국발 우려로 순위 뒤바뀜

중국 시장 사업 비중이 큰 종목들은 올 들어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고가 브랜드의 중국 시장 선전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LG생활건강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우한 폐렴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따이궁(보따리상) 및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감소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 해소에 따른 글로벌 경기 반등에 기대를 걸었던 포스코도 업황 회복이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총 순위는 12위까지 떨어졌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도하던 철강재 가격이 우한 폐렴 사태 영향으로 하락 전환했다”며 “단기간 내 철강 가격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없어 당분간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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