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계속 건드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탄압받는 무슬림 소수민족의 망명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미 의회는 ‘티베트 정책·지지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홍콩 사태 때는 반중 시위대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을 제정했다. 중국은 매번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
‘위대한 미국의 귀환’을 앞세운 트럼프의 미국과 ‘위대한 중화의 부활(중국몽)’을 선언한 시진핑의 중국. 충돌은 불가피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패권 다툼일 뿐 아니라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간 충돌이란 평가가 나왔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99조위안(약 15조달러)으로 미국(21조달러 추정)에 이어 세계 2위다. 1인당 GDP는 작년 처음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인구는 14억 명. 중국은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차이나 머니’를 뿌리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중국몽 실현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삼았다.
중국의 공산당 일당체제는 일사불란함과 정치적 안정을 통해 ‘성장 속도전’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통제사회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단면이 드러났다. 민주적 소통의 부재는 ‘중국몽’을 꿈꾸는 중국에 ‘악몽’을 돌려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중국 통치체계에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해외에선 중국 체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인 기피와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힘은 '진정성'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데는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정서도 한몫한다. 공식 통계로는 중국 내 확진자가 2만4000여 명이라지만 실제로는 10만 명을 넘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500명에 가까운 사망자 수도 훨씬 많을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중국 당국이 초기에 사태를 감추려다 상황을 악화시켜 불신을 자초했다.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패권은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나라의 자발적 신뢰와 호감을 이끌어내는 매력, ‘소프트 파워’가 뒷받침돼야 한다. 신임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은 우호적 이웃”이라며 중국의 대처를 이해하고 지지해달라고 강조했다. 당장 우리 국민으로부터 “사드 때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은 뭐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통제 체제와 약한 소프트 파워는 중국을 상대하는 트럼프가 자신감을 갖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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