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비례 위성정당' 출범…미래한국당 정당 기호 3번 받을까

입력 2020-02-05 17:24   수정 2020-02-06 02:36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공식 출범했다. 기존 정당에서 파생한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이 등장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4·15 총선부터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당의 방책이다. 하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 오히려 ‘악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성 정당 출범시킨 한국당

미래한국당은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강령과 당헌을 채택했다. 창당대회에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원내대표, 박완수 사무총장 등 한국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황 대표는 축사에서 “미래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의 대의에 충실한 범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전위부대”라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한 데 대해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가져갈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다. 미래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한국당의 정당 득표율을 흡수해 비례대표를 배출하고, 총선이 끝나면 한국당과 합당한다. 한국당은 따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대형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해 나온 위성 정당 전략이다. 한국당의 지지율(3일 기준 29.3%)이 그대로 미래한국당 정당 득표율로 이어질 경우 미래한국당은 26석가량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 대표로는 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한선교 의원이 추대됐다. 한 대표는 “미래한국당은 공약이 없다”며 “미래한국당이 공천하는 한 분 한 분이 곧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해 인재 영입과 공천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의원 수 확보가 관건

미래한국당의 성공 여부는 총선에서 기호 몇 번을 받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 전 미래한국당 현역 의원 수가 바른미래당(현 19석)보다 많으면 기호 3번을 받아 앞 순번으로서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섭단체(20명 이상)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3월 30일에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을 60억~70억원가량 받는다.

한국당은 현역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에 ‘빌려주는’ 전략으로 기호 3번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한국당의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다. 지금까지 미래한국당행이 확정된 현역 의원은 모두 4명이다. 한 대표를 비롯해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찬·조훈현·최연혜 의원도 당적을 옮겨 합류하기로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12명)을 중심으로 당 이적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불출마 의원들이 모두 미래한국당 전략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김영우 의원은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으면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추후 공천 과정에서 탈락하는 의원이 생기면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공천 탈락자가 제안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높으면 그걸 지렛대로 설득할 수 있지만 현 지지율로는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당 영입 인재들이 비례 공천을 받으려면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해야 하는 것도 현실적 문제로 지적된다. 황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공천권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꼼수정당” 비판

민주당 등은 한국당의 미래한국당 전략이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꼼수와 정치적 계산이 난무하는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 심정을 생각하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당이 이중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도 미래당의 오태양 공동대표가 단상으로 올라와 “불법 정당”이라고 외치다가 끌려나가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묘수’라고 자처한 미래한국당이 자칫 여론의 회초리를 맞을 경우 한국당 지역구 출마자에게 되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도·보수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신당이 창당되면 미래한국당의 위치가 모호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통합신당 출범 후에도 위성 정당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과 시민단체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느냐가 변수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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