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 어머니와 여동생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쇄신안 카드로 반격에 나선다. 조 회장 측은 6일 열리는 대한항공 이사회와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주주친화정책 등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및 일반주주의 표심을 얻어 반대편에 선 '조현아 연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한진칼은 오는 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월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한다. 이사회에서 조 회장은 주주친화 정책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사회에서는 정기 주주총회 일자도 확정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에서 경영쇄신안이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쇄신안은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일반주주 등의 표심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회장 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 등 '3자 동맹' 연합과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맞붙게 된다.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과 3자 동맹 연합군 지분 간 차이가 1%대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30%를 웃도는 일반주주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측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타 주주들이 34.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건은 이들을 설득할 명분 싸움"이라며 "지지를 얻기 위해 양측 모두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경쟁력으로 제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문 경영인 체제와 거버넌스(지배구조) 위원회 강화,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의 방안이 6일과 7일 이사회에서 나오는 쇄신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진칼 이사회에서는 조 회장 대신 다른 임원이 대표이사를 맡는 안건이 검토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칼 사내이사는 조 회장과 석태수 사장 등 2명이 맡고 있다. 조 회장은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사외이사 4인 중에서는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의 임기가 다음달로 끝난다.
최 연구원은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함께 비주력 사업 및 유휴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라며 "한진칼 기업가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정상화 방안이 핵심 ‘공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조 회장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33.45%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는 3자 동맹의 지분(32.06%·의결권 기준 31.98%)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수준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걸린 한진칼 주총에서 양측의 표 대결이 예고된 만큼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일반주주 등 '캐스팅보터'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4.11%가량(2019년 4월 기준)으로 알려졌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일반주주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며 "주주가치 제고는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안건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제고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분쟁의 다른 축인 3자 연합은 오는 10일까지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선임할 이사 후보를 추천받으며 표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3자 동맹의 일원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난 5일 한진과 한진칼에 대해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또한 3자동맹은 주주제안 내용을 두고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6주 전에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 시한은 오는 15일이고, 3자 동맹은 14일까지는 제안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3자 동맹이 다음달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고, 임기가 2022년 3월까지인 석 사장 해임안, 신규 사내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분 3.81%를 보유한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과 자가보험, 사우회 등 3명의 주주가 보유한 지분에도 관심이 쏠리고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이 지난해 주총에서 석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한 점에 미뤄 올해도 조 회장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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