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정직한 후보'를 찍고 싶은 이유

입력 2020-02-06 11:32   수정 2020-02-06 11:34


"거짓말이 가장 쉬웠어요"라던 국회의원이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4선을 목전에 둔, 선거 상황이라면 그 여파와 충격은 더욱 클 터. '정직한 후보'는 "진실만을 말하게 된" 3선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적절한 시의성에 유쾌함까지 더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주인공 주상숙(라미란)은 여장부다. 폐지를 주우면서 수 억 원을 모은 김옥희(나문희) 여사가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그의 유일한 혈육이자 손녀인 주상숙도 덩달아 유명세를 얻었고, 김 여사의 병원비 보험금을 청구하던 중 잘못된 약관을 확인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치판에 입문했다.



겉으로 보이는 커리어는 완벽하다. 3선이나 했지만 26평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주민들에게 소박하다는 칭송을 받았고, 남편과도 화목하다. "사람만 죽이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도 주상숙의 승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근황을 물을 수 있었던 건 보좌관인 박희철(김무열)의 코치 덕분이었고, 아파트로 퇴근한 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대저택으로 이동했다.

무엇보다 "고인이된 김옥희 여사를 추모한다"던 주상숙의 말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첫 선거 직전 김 여사가 의미심장한 편지를 남겨놓고 사라졌고, 주상숙은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동정표를 받고 당선됐다.

이후 김 여사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됐지만, 김 여사는 손녀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꺼히 아무도 없는 숲속 외딴집에 홀로 살았다. 주상숙도 이 상황을 적극 이용했다. "전 재산을 기부하고 고인이 된 할머니의 뜻을 받들었다"는 멘트는 주상숙의 연설 단골 레퍼토리였다.


다소 황당한 상상력이지만 배우들의 열연에 설득된다.

주상숙의 설정만 본다면 '밉상' 그자체다. 하지만 라미란은 그런 주상숙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연기해냈다. 춤과 노래, 액션까지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상숙이가 착하고, 진실하게 살게 해달라"는 할머니 김 여사의 간곡한 기도 덕분에 갑작스럽게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판타지 설정은 나문희의 눈빛 만으로 설득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김무열의 코믹 연기도 볼만하다. 빈틈없이 주상숙을 보좌하며 '2인자'를 자처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허당의 면모가 드러난다. 긴 팔과 다리로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면서 선거 카드를 뿌리는 모습은 '정직한 후보'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여기에 아내의 선거 승리를 위해 깍두기까지 담구는 남편으로 분한 윤경호, 군대까지 가는 아들 장동주, 선거 전략가로 분한 송영창과 당 대표 손종학, 경쟁 후보 조한철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쟁쟁한 연기를 보여줬다.

주상숙의 시어머니 역할로 단 2번 등장하는 김용림마저 충분히 웃기고 퇴장한다.

생각없이 시원하게 웃다 퇴장하다보면, 극중 선거송으로 등장한 '아모르 파티' 멜로디에 맞춰 "기호 1번 주상숙"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는 12일 개봉. 러닝타임 104분. 12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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