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 '벽'에 막힌 30대…추첨제·무순위에 대거 당첨

입력 2020-02-06 17:19   수정 2020-02-07 00:38

청약경쟁에서 밀리는 30대 청약자들이 중대형 아파트의 추첨 물량을 공략하거나,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을 노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청약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약가점이 낮은 30대가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이 같은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호반송파써밋1차’ 전체 689가구 가운데 30대 당첨자가 24.4%에 달했다.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에서 당첨자의 5분의 1 이상이 30대인 것은 이례적이다. 같은 날 분양한 ‘호반송파써밋2차’(700가구)에서도 당첨자의 18.6%가 30대였다. 호반송파써밋은 모든 가구가 전용 85㎡를 초과해 전체 물량의 50%를 추첨제로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개포프레지던스 자이’(개포4단지 재건축) 청약에서도 전용 85㎡ 초과 주택형에서 30대 당첨 사례가 나왔다. 전용 59㎡부터 전용 84㎡ 주택형까지 30대 당첨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전용 102㎡(1명)와 114㎡(2명), 114㎡(2명) 대형 주택형에서 당첨자가 나왔다.

30대가 앞다퉈 청약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당첨 후 잔금을 치를 수 없어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모씨(30)는 지난 1월 ‘호반송파써밋1차’의 9억원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 계약을 취소했다. 호반 송파써밋의 108㎡의 최저 분양가가 9억1180만원이고, 개포프레지던스 자이 102㎡의 최저 분양가도 18억2000만원에 달한다. 김모씨는 “신용대출까지 모두 끌어모아 아파트 계약금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 당첨을 포기할 경우 5년 동안 청약이 불가능하다.

청약 시장에서 밀려난 30대는 청약 가점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으로 몰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5일 발표한 경기 수원시 팔달6구역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무순위 청약 당첨자의 상당수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42가구 모집에 20~30대 당첨자가 총 32명(76.1%)에 달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가점제 중심인 청약 시장은 30대에게 희망고문”이라며 “신혼부부를 제외한 30대도 포괄하는 아파트 청약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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