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일자리 창출하려면 녹색성장으로 대전환해야"

입력 2020-02-06 18:03   수정 2020-02-07 00:47

“한국은 디지털 분야의 선두주자입니다. 약점은 전력시설이에요. 이 부문에서 도약을 이뤄내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글로벌 그린 뉴딜》에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의 방향을 담은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75·사진)은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눈여겨보고 유라시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인프라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저작으로 잘 알려진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 리프킨은 지난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보의 시대’를 지나 ‘복원의 시대’로 들어섰다”며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프킨이 제시한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뉴딜 정책’에 빗댄 ‘비상 대책’이란 의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친환경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린 뉴딜’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산업 영역에서의 안정된 다수 일자리 창출로 경제성장도 이뤄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도로 시스템에 스마트 센서를 설치하고 기후변화에 맞게 건물을 개조하는 것 같은 ‘그린 뉴딜 스마트 인프라’엔 수많은 반숙련, 숙련, 기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환경, 인프라, 재난구조, 복구에 관여하는 복원 관련 일자리 및 사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탄소 기반의 문명을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 서비스 기업(ESCO)’ 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협업을 강조한다. 2017년 150억달러였던 세계 ESCO 시장 규모는 2026년 308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역사회의 인력이 재배치되고 중소기업에도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관대한 세액공제 혜택과 인센티브가 여기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주요한 경제적 변혁은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운송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공통분모로 한다고 분석했다. 19세기엔 인쇄, 석탄, 철도망이었고 20세기엔 TV, 석유, 내연기관 차량이 그 역할을 했다. 오늘날엔 인터넷과 태양열 및 풍력 에너지, 연료전지 자율주행 차량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는 “한국엔 정보기술(IT) 기업으로는 삼성, 수소차·전기차 분야에서 앞서가는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전력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다음 단계로의 빠른 전환과 도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린 뉴딜’로 나아가기 위해 미국 정부에 제시하는 23가지 실무적인 제안도 책에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결정했고 지난해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이에 대해 “연방정부가 규정과 법규를 만들지만 결국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와 도시들”이라며 “연방공화국인 미국의 50개 주 중 29개 주는 이미 녹색에너지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환 옮김, 민음사, 328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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