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범(汎)중도·보수 통합’이 표류하고 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지를 둘러싼 잡음과 공천 관련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당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통합의 열쇠를 쥔 황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담판 회동’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양당 내부에선 ‘통합의 시너지 효과’만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당준비위 출범했지만…
통합 신당 창당 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6일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공동 위원장 형태로 지도부를 구성했다. 공동 위원장에는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 대표,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 박형준 혁통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새보수당 대표로 혁통위 논의에 참여해온 정병국 의원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공동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오는 20일까지 통합 신당 창당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당명은 한국당에서 제안받은 이름을 토대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이날 당 의원총회를 열어 새 당명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의원총회에서는 ‘통합신당’을 기본으로 하되, ‘행복’ ‘자유’ ‘미래’ ‘혁신’ 등의 표현을 덧붙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혁통위는 당초 신당 이름을 ‘통합신당’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상당수 한국당 의원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빠져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신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각 당이 꾸린 공관위를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통합 신당에 맞게 재편할 것”이라며 “이번주 내에 많은 부분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최근 혁통위 회의에서 현 한국당 공관위원을 증원해 새보수당 등에 추가 배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통준위가 공식 출범했지만 새보수당의 신당 참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4~5일로 예상됐던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의 회동이 계속 늦춰지면서 ‘통합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와 유 위원장 둘 다 통합의 실익이 자신들에게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黃 ‘출마지 장고’에 한국당 분열
한국당이 황 대표 거취를 놓고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도 통합 작업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당 내에선 지난달 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가 한 달이 넘도록 출마지를 확정하지 않은 데다 서울 양천갑·용산 등 비교적 덜 험한 지역구 출마까지 검토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한국당 공관위원은 “‘목숨을 걸겠다’던 황 대표 말은 ‘이순신’이었는데, 지금 행동을 보니 ‘원균’보다 못하다”며 “원균은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다가 죽기라도 했지만 황 대표는 나가서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관위 회의에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외에 ‘종로 외 험지 출마’ ‘불출마’ 등의 선택지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당과 새보수당 내에선 황 대표 대신 유 위원장을 종로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 대표는 이석연 공관위원의 전날 ‘황교안 일병 구하기’ 발언과 관련, “공관위원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위원은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초심을 잃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종로 맞대결’을 회피하려는 황 대표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통합을 위해 큰길을 가고 있는데, 거기에 도움이 되는 가장 적합한 시기를 판단해서 (거취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또다시 말을 아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거취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보수 통합을 비롯한 당의 총선 전략 수립도 줄줄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황 대표가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공관위는 7일 회의에서 황 대표 거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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