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4일 오후 1시1분부터 지난해 9월 1일부로 75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율을 절반으로 내린다고 6일 발표했다.
14일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발효되는 날이다. 합의 발효에 맞춰 관세를 내리는 셈이다. 기존에 관세가 10% 부과되던 제품은 5%, 기존 관세가 5%였던 제품(원유 등)은 2.5%로 인하된다.
관세세칙위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관해 “지난달 16일 미국은 작년 9월 12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15%에서 7.5%로 절반으로 낮췄다”며 “우리도 이에 발맞춰 관세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무역)합의를 존중해 합의 내용을 실현해 가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통해 양국 무역 발전과 세계 경제 성장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내년까지 2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관세를 내린 것으로 추정했다. CNBC도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문사 제본스글로벌의 킹슬리 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1단계 합의를 이행하고 2단계 논의를 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관세 인하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관세세칙위는 “양국 무역 정세 변화에 따라 다음 단계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함께 최종적으로 모든 관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2단계 미·중 무역합의에는 더 많은 관세 인하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의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점은 무역합의 이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중국 관리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약속에 대해 유연성을 보여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은 4일 “중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확산이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수출 붐은 조금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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