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씩 벌기에 서울 강남에 건물을 산 거야?” 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최근 40억원대 상가 건물을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웹툰 작가들의 수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웹툰 작가는 약 7600명에 이른다. 이들이 활동하는 웹툰 플랫폼은 61개. 지난해 발표된 웹툰 작품은 모두 1만1376편이다. 2014년(2083편)의 다섯 배 규모다.
작가들의 평균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기본 원고료 외에도 미리보기, 유료 완결보기, 광고, 각종 사업 판권 라이선스 등으로 수입을 올린다.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의 연재 작가 평균 연수입은 3억1000만원이다.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는 지난해 “연간 원고료와 인센티브 등 기타 부수입을 포함해 5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작가가 전체의 84%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5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다”며 “인기 신인작가만 따지면 평균 1억6000만원, ‘톱20’ 작가는 평균 17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 시장 1위뿐만 아니라 구글플레이 앱마켓 만화 분야 수익 기준으로 세계 10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6000만 명을 웃돈다.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고, 웹툰 기반의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작가들의 수익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작가들이 자국 언어로 창작하면 각국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에 공급하기에 수익도 높아지고 있다.
웹툰 ‘여신강림’ 작가인 야옹이의 연봉이 3억원을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웹툰 작가가 되면 모두 억대 연봉을 받을 것 같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웹툰 작가들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입은 4824만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50%는 연간 3000만원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을 1년 내내 연재한 경우 평균 6160만6000원이었다. 활동 플랫폼 유형별로는 포털 사이트 연재가 5000만원 이상, 유료 전문 플랫폼 연재는 3000만원 미만이 많았다.
물론 이들의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 공연으로 이어지면 수익은 크게 늘어난다. 웹툰은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의 핵심 분야다. 웹툰 원작의 영화·드라마는 ‘흥행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순정만화’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스크린으로 성공했고, 드라마 ‘미생’과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2017~2018년 두 편의 영화로 제작된 ‘신과함께’는 2668만명(1편 1441만명, 2편 122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시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한 웹툰에 비해 이야기 요소를 중시하는 웹소설은 어떨까. 웹소설 중에서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저스티스’ 등은 인기 드라마로도 성공했다. 웹소설 시장은 아직 웹툰에는 못 미치지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이 많아 성장세를 타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나 ‘조아라’ ‘문피아’ 등 웹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자리를 잡았다.
웹소설 작가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의 정식 연재 작가 중 26명이 연간 1억원 이상을 벌었다. 최고 수입을 올린 작가는 미리보기 수입과 원고료를 합쳐 4억7000만원을 가져갔다. 한 해 수입이 10억 원을 넘는 작가도 10명 이상 된다.
네이버에만 현재 400여 명의 웹소설 작가가 활동 중이다. (참고로 한국문인협회 등 국내 3대 문인단체 소속 문인의 연간 수입은 평균 1840만원에 불과하다.)
최근엔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품성이 검증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겨 다양한 독자를 유인하고, 해외 이용자에게도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그만큼 커진다.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공모전에서 당선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최근 네이버가 신진 작가 선발을 위해 진행한 ‘지상최대 공모전’에는 1만여 편의 웹소설이 몰렸다. 무료연재 방식이나 출판사에 작품을 투고하는 형태로도 도전할 수 있다. 웹툰 작가의 진입장벽은 의외로 낮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올린 뒤 조회 수를 차츰 늘리면서 주목을 받으면 자연스레 몸값을 높일 수 있다.
‘만화가와 소설가는 배고프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디지털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자가 진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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