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운영하는 수익사업 차질 우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들이 교육부의 개강 연기 권고를 받아들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강을 미루는 동시에 종강 날짜를 포함한 모든 학사 일정을 동일하게 연기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개강을 늦추더라도 수업일수를 줄여 1학기 종강 시기를 종전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부득이한 경우 수업일수를 최대 2주 감축할 수 있다.
대학들은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개강 연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대로 학사 일정 전체를 뒤로 미루면 자연스레 여름방학이 줄어든다. 방학 기간에 대학은 여러 수익사업을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어학당 등 어학 교육기관 운영이 대표적이다. 개강을 연기하면 그만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방학에 3주가량 여는 계절학기 운영도 대학엔 주요 등록금 수입원이다. 여름방학이 늦춰지면 계절학기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개강을 연기해야 한다고 심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금전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업 감축해도 등록금은 못 줄여”
개강을 미루고 수업일수를 줄이는 방안에도 돈 문제가 걸린다. 전국 대부분 대학은 2020학년도 정시 전형 선발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1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을 1~2주가량 앞두고 있다. 학생들이 곧 내야 할 등록금은 지난해와 동일한데 대학이 수업일수를 줄인다고 하면 “수업을 받지 못하는 만큼 등록금도 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내 반발이 나올 우려가 크다.
대학들은 선제적으로 등록금을 삭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을 편다. 등록금 동결 정책이 12년째 이어지면서 등록금을 내릴 형편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학기당 15~16주 수업을 하고 있는 대학이 2주간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약 12~13%의 등록금을 깎아줘야 한다. 지난 5일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거점 국립대도 13주로 수업을 단축하기로 결정했지만 등록금 문제에는 이렇다 할 합의를 보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 관계자는 “한푼이 아까운 마당에 등록금을 10% 넘게 삭감해 고지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교육부는 감축할 수업을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수업의 질 저하 논란이 불가피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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