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8일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 학생 A씨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 포기를 결정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학교는 성소수자 학생을 환대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얼마전 A씨의 입학 예정 소식이 알려진 후 트랜스젠더 여학생을 여학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비난과 혐오의 여론이 일었고 A씨는 신상 유출과 색출의 두려움을 느껴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대학교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은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A씨가 입학했다면 이는 숙명여대의 설립 목적에 어긋남이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또 "이는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한 우리나라에 사회적 울림을 주는 사건이 됐을 것"이라며 "입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A씨의 사황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강 대변인은 또 이번 사태에 대한 교육 당국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는 "성소수자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혐오표현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학내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도 다수 발생한다"며 "A씨의 입학 포기 결정을 두고 교육 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숙명여대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수능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신청 허가를 받았다.
A씨는 숙명여대 입학 포기 사실을 알리며 지난 7일 트랜스젠더를 위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A씨는 "얼마 전 서점을 다녀왔다. 내가 다시 수험서를 사러 와야만 했던 이유는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 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던 말을 들었기 때문도 아니다"며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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