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포기한 트랜스젠더 학생…'롤모델' 박한희 변호사가 건넨 위로

입력 2020-02-08 17:24   수정 2020-02-08 17:26


박한희 변호사가 학교 내 반대와 차별적 시선에 부딪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끝내 포기한 트랜스젠더 학생 A 씨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A 씨는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A 씨가 성전환 수술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갑론을박이 일었다. 특히 숙명여대를 포함해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3개 여성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A씨의 입학을 반대했다.

일부 동문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내기도 했으나 A 씨는 결국 부담을 느끼고 입학을 포기했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학 등록 포기를 알리며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같은날 박 변호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박 변호사 역시 트랜스젠더다. 그는 지난 2013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 성별 정정 허가를 받진 못했으나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로 A 씨가 롤모델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A 씨의 등록 포기 사실을 알리며 "A씨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와 함께 어울리고 살아갈 거라는 점에서 당사자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답게 살아가며 이를 드러내는 존재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변희수 하사, A 씨 모두 더는 자신을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 흐름은 다소의 부침은 있을지라도 결코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박 변호사는 A 씨의 입학을 반대하며 입학 조건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숙명여대 내 '페미니즘' 단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염색체는 단지 X와 Y 기호 외에 무슨 의미를 가질까"라며 "세포 속의 23쌍 중 1쌍에 불과한 염색체가 진지한 정체성의 호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일지 전 정말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상대방이 나와 같은 복잡한 생각과 삶의 여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줬으면 한다"라며 "트랜스젠더들은 조롱과 모욕을 위한 가상의 캐릭터도 아니고 인터넷의 밈(재미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상의 그림, 사진 또는 짧은 영상)도 아닌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같이 살아가는 존재들"이러고 덧붙였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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