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아닌 경우 제조사 과실로 보상 가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발생한 완성차 출고 지연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현재 상황을 '천재지변'으로 규정하지 않아서다. 이 경우 출고 지연은 제조사 과실로 규정돼 약속된 기일이 지연되는 만큼 민법상 배상 책임이 주어진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동차(신차)매매표준약관에 따르면 제조사가 계약서에 표시된 기한 내에 자동차를 소비자에게 건네지 못할 때는 민법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천재지변이나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제조사 파업의 경우 책임이 면제된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제조사의 출고 지연은 '과실’'에 해당돼 보상 의무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지난 7일 '천재지변' 여부에 관한 해명자료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로 각 학교장이 법정 수업일수 등을 감안해 개학연기, 휴업 등 학사일정을 조정하되 불가피한 경우 수업일수의 최대 10분1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사유는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교육부의 판단을 자동차매매표준약관에 적용하면 자동차 생산 중단에 따른 출고지연은 제조사가 내부적인 이유로 부품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해 일어난 과실인 만큼 보상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한민앤대교 조석만 변호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했고, 그 탓에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중단돼 한국 공장의 완성차 생산이 지연된 것은 어디까지나 제조사 과실일 뿐 소비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민법상 배상 책임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완성차 생산 중단으로 일부 인기 차종의 소비자 인도 시기는 다시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생산대수를 늘려 대기 시간이 줄었지만 최근 생산 중단 사태로 인도 시점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분석이다. 10일부터 중국 정부의 부품공장 가동 허가로 와이어링 하네스 중국 생산은 재개되지만 인도 시기를 맞추려면 단기간 생산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 자동차(신차)매매표준약관은 제조사의 고의 과실로 인해 인도를 지연하는 경우 위약금 또는 민법 393조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완성차 생산 중단은 제조사의 고의는 아니라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만큼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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