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공포' 덮친 여행업계 "선제지원 없으면 枯死"

입력 2020-02-09 15:11   수정 2020-02-09 15: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산업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이 시작된 이래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사스가 창궐했던 3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02년 3월 54만7042명에서 2003년 3월에는 51만9583명으로 5% 줄었다. 4월에는 57만5481명에서 33만9384명으로 무려 41%나 줄었고 하락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3개월이 지난 7월부터였다.

외국인 입국은 더 느리게 이뤄졌다. 3월 전년 동기 대비 9.8%나 줄면서 인바운드업계의 한파가 시작됐고 0.1%라도 늘어난 것은 그해 11월이 돼서였다.

2015년 메르스 때는 사스 때와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6월 내국인은 출국률이 전달에 비해 20% 정도 줄었을 뿐 전년 동기로는 오히려 8% 늘어나는 등 전염병과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 입국이 메르스가 발병했던 6월 무려 41% 줄었고 7월에는 53.5%, 8월에는 26.5% 줄었다. 입국자가 늘어난 것은 10월부터였다. 메르스가 중동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외국인들은 한국을 메르스 위험 지역으로 인식해 한국 여행을 자제했다. 아웃바운드 여행보다 타격을 받은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와 축제들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행사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사스와 메르스 당시의 통계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확산되는 그 다음달에 여행객이 급속하게 줄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3년 출국자 수는 3월(-5%)보다 4월(-41%) 여행 수요가 더 크게 하락했고, 외국인 입국객 수도 3월(-9.8%)에 비해 4월(-29%), 5월(-40.6%)에 더욱 줄었다.

또한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신종 코로나까지 공통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역시 취소 수수료였다. 사스 때도 취소 수수료를 두고 여행사들도 우왕좌왕했지만 여행사마다 기준이 달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나서서 여행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막기 위한 공통 기본 지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사태에도 여행업계가 나서서 취소 수수료와 관련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행업계에서는 사스와 메르스 때 보여준 정부의 지원책이 보다 선제적으로 이뤄지기를 촉구하고 있다. 2003년 사스 때는 인바운드 업체 50억원, 아웃바운드 업체에 20억원가량의 관광진흥기금을 융자하고 이자율 인하,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했다. 메르스 때는 외국인 방한 촉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불황과 여행 트렌드 변화로 패키지 시장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여행업계의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고사 위기에 빠졌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줄도산이나 폐업 같은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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