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많이 들어봤을 말이다. 고개를 들면서 시선이 공에서 멀어지는 ‘헤드업’은 아마추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이며, 스윙 안정감을 떨어뜨리는 동작이라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화도 있다. 1970년대 중반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기 군포 안양CC에 아널드 파머를 초청해 함께 골프했을 때다. 지금 가치로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한국을 찾은 파머가 이 전 회장에게 ‘원포인트 팁’으로 ‘헤드업’을 적어 건넸다고 한다. ‘헤드업’은 사실 ‘콩글리시’에 가깝다. 이 때문에 ‘고개를 들지 마라(keep your head down)’ 정도의 조언을 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헤드업 하지 마라’는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조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골프 레슨 전문가들이다. 그것도 세계 100대 교습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최근 “세계 100대 골프교습가가 꼽은 최악의 충고는 ‘고개를 들지 마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한 100대 교습가는 “고개를 들지 말라는 조언은 아마추어가 아마추어에게 어떻게 아마추어처럼 골프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100대 교습가 케빈 위크스는 “고개를 숙이면 상체 전체가 땅 쪽으로 내려간다”며 “고개가 살짝 들리면서 턱 밑으로 어깨가 돌아가는 공간이 필요한데, 고개를 들지 않으면 이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교습가인 팀 쿠식은 “골프 레슨의 많은 근거 없는 믿음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고개를 들지 말라는 조언은) 많은 나쁜 습관을 만들어낸다”며 “스윙 템포를 멎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셰릴 앤더슨도 “고개를 들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의 스윙 속도를 낼 수 없고 자연스러운 스윙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급격하게 고개를 들고 공에서 시선을 떼면 헤드의 높낮이가 들쑥날쑥해 미스샷이 나오지만, 고개를 들지 않는 것에 너무 많이 신경 써도 부작용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축적된 스윙 분석 스튜디오 데이터를 토대로 “고개를 들지 않을 때 좋은 점보다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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