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3년차 ‘베테랑’ 박희영(33)이 6년7개월 만에 우승을 신고했다.
박희영은 9일 호주 빅토리아주 바원헤즈의 서틴스비치골프링크스의 비치코스(파72·627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로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기록한 최혜진(21), 유소연(30)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4차전에서 파를 잡아 최혜진과의 연장 2차전에서 탈락한 유소연을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박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2013년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 이후 6년7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박주영(30)을 친동생으로 둬 ‘프로골프 자매’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왼손목 부상으로 부진했고 2008년 데뷔 후 처음으로 시드를 잃어 은퇴까지 생각했던 터라 이번 우승은 그에게 의미가 크다. 2년 전 YG엔터테인먼트 미국 법인 대표인 조주종 씨와 결혼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한 만큼 미련 없이 떠날 수도 있었다. 조씨는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우종의 친동생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개막 후 출전한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우승상금은 16만5000달러(약 1억9600만원)다. 그는 “지난해 최악의 1년을 보냈고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더니 하늘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K골프, 3경기 만에 마수걸이 우승
박희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개막 세 번째 대회에서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과 2017년, 지난해 거둔 한 시즌 최다승인 15승 이상을 바라보는 ‘K골프’는 박희영의 우승으로 한층 더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게 됐다.
이번 대회는 변덕스러운 바람이 선수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잡고 있지 않으면 모자가 날아갔고, 선수들은 바람에 밀려 수차례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바람에 따라 리더보드도 출렁였다. 1라운드 선두 강혜지(30), 2라운드 선두 마들레네 삭스트롬(28·스웨덴), 3라운드 선두 조아연(20) 중 이날 세 명이 벌인 연장전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18번홀(파5)에서 이날 3타를 줄이며 먼저 경기를 끝낸 최혜진과 유소연, 박희영의 ‘3자 연장전’이 펼쳐졌다.
연장 첫 홀에서 박희영은 2m가 조금 넘는 이글 기회를 맞았으나 이를 넣지 못하면서 승부는 미궁으로 빠졌다. 연장 2차전에서 유소연이 홀로 파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다. 승부는 4차전에 가서야 갈렸다. 최혜진이 티샷 실수로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혜진의 공은 솔방울 위에 떨어졌다.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러프에서 꺼냈으나 이번에는 공이 해저드 쪽으로 향하면서 승부가 급격히 박희영 쪽으로 기울었다.
1987년 5월 24일생인 박희영은 만 32세8개월16일에 우승하며 지난해 지은희(34)가 세운 종전 기록(32세8개월7일)을 깨고 한국인 최고령 우승 신기록도 작성했다.
‘핫식스’ 이정은 3라운드 커트 탈락
‘핫식스’ 이정은(24)이 예상 밖 성적을 내면서 올림픽 티켓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세계랭킹(8위)이 가장 높았던 이정은은 1, 2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적어내 선두권에 올랐다가 3라운드에서만 7타를 잃고 무너져 공동 35위까지 진출하는 최종라운드 안착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부터 남자 투어인 유러피언투어와 LPGA투어가 공동 주최해오고 있다. 남녀 대회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남자 대회에선 호주 동포 이민지(24)의 친동생으로 유명한 이민우(21)가 우승해 한국(계) 선수가 동반 우승을 차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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