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소형 아파트값 '꿋꿋'…규제 한파에도 올라

입력 2020-02-09 17:06   수정 2020-02-10 02:56

‘12·16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신고가에 거래되는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 ‘버티기’가 굳건한 상황에서 서울로 진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출 규제에서 벗어난 9억원 미만 아파트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부작용도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이라면…“초소형도 좋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중개업소에 따르면 12·16 대책이 시행된 이후 강남권과 외곽 등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지목되는 8억원대 단지에서 지난달에만 100건 이상의 신고가가 나왔다. 본지가 올 1월 거래된 2963건(2월 7일까지 신고된 계약 기준)을 분석한 결과 40% 이상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계약된 59건 가운데 40%인 24건이 신고가였다. 비인기 타입으로 여겨지던 초소형의 거래가 활발했다. 삼성동 현대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면적 38.6㎡ 아파트가 지난달 8일 12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최고가(11억8000만원)를 기록한 지난해 11월보다 6500만원이 더 뛰었다. 역삼동 우림 우미아트(23.9㎡)와 청담동 휴먼스타빌(35.9㎡), 개포동 성원대치2(39.5㎡), 청담자이(49.6㎡) 등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치동 I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 등 고가의 대단지 인기 단지는 대출도 어렵고 가격 조정 기대가 커지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반면 초소형은 주택 크기를 줄여서라도 상급지를 사 놓으려는 갈아타기 수요자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고가 아파트도 실거래 가격은 건재했다.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8㎡ 아파트가 37억5000만원에, 래미안대치팰리스 94.5㎡가 34억원에 각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는 15억원을 밑도는 가격대에 거래가 집중됐다. 12·16 대책으로 15억원 이상은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지만 그 미만은 40%(9억~15억원은 2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서초구에서 최고가에 거래된 23개 단지 중 20개 단지가 15억원 미만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대형 아파트가 많았다. 서초 타운트라팰리스(103.5㎡)가 지난달 16일, 롯데 캐슬메디치(107.3㎡)가 지난달 4일 각각 13억원에 손바뀜했다. 송파구는 오금동 송파레미니스(84.8㎡)가 1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10건 중 9건이 9억원 미만 거래

9억원을 밑도는 단지가 많은 서울 외곽 역시 꾸준히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지난달 서울 전체 거래 2963건 중 9억원 미만 비중은 87%(2576건)에 달했다. 지난해는 71% 수준이었다.

금천구는 10억원에 가까운 신축부터 1억~2억원대 구축까지 전방위적으로 신고가가 나왔다. 5년 차 금천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84.4㎡)가 지난달 3일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시흥베르빌(84.9㎡)은 6억9000만원에, 금광아파트(59.7㎡)는 3억9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북구에선 2010년 입주한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59.3㎡)가 지난달 28일 6억1500만원에, 입주 20년 차인 래미안수유(84.9㎡)가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실수요가 많고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은 당분간 신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은 전용 84㎡ 기준 ‘13억원 시대’를 열었다. 보라매SK뷰(84.9㎡) 분양권이 지난달 1일과 22일 13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17년 5월 분양가가 6억원대였으나 프리미엄이 두 배 이상 붙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 84㎡는 지난달 17일 16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보류지 물량을 제외하곤 종전 신고가를 3억원가량 경신했다. 양천구 신월동 아이파크위브(신정뉴타운) 59.8㎡는 지난달 30일 8억3630만원에, 가재울뉴타운에서는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DMC에코자이(72.9㎡)가 지난달 4일 9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통계적으로 시세 상승폭이 준 것은 실거래가가 아니라 호가의 영향이 크다”며 “딱히 오를 이유가 없었던 단지도 9억원과 15억원에 올라 붙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와 조정 우려 등을 고려하면 신고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한계가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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