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라면…“초소형도 좋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중개업소에 따르면 12·16 대책이 시행된 이후 강남권과 외곽 등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지목되는 8억원대 단지에서 지난달에만 100건 이상의 신고가가 나왔다. 본지가 올 1월 거래된 2963건(2월 7일까지 신고된 계약 기준)을 분석한 결과 40% 이상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계약된 59건 가운데 40%인 24건이 신고가였다. 비인기 타입으로 여겨지던 초소형의 거래가 활발했다. 삼성동 현대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면적 38.6㎡ 아파트가 지난달 8일 12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최고가(11억8000만원)를 기록한 지난해 11월보다 6500만원이 더 뛰었다. 역삼동 우림 우미아트(23.9㎡)와 청담동 휴먼스타빌(35.9㎡), 개포동 성원대치2(39.5㎡), 청담자이(49.6㎡) 등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치동 I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 등 고가의 대단지 인기 단지는 대출도 어렵고 가격 조정 기대가 커지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반면 초소형은 주택 크기를 줄여서라도 상급지를 사 놓으려는 갈아타기 수요자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고가 아파트도 실거래 가격은 건재했다.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8㎡ 아파트가 37억5000만원에, 래미안대치팰리스 94.5㎡가 34억원에 각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는 15억원을 밑도는 가격대에 거래가 집중됐다. 12·16 대책으로 15억원 이상은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지만 그 미만은 40%(9억~15억원은 2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서초구에서 최고가에 거래된 23개 단지 중 20개 단지가 15억원 미만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대형 아파트가 많았다. 서초 타운트라팰리스(103.5㎡)가 지난달 16일, 롯데 캐슬메디치(107.3㎡)가 지난달 4일 각각 13억원에 손바뀜했다. 송파구는 오금동 송파레미니스(84.8㎡)가 1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10건 중 9건이 9억원 미만 거래
9억원을 밑도는 단지가 많은 서울 외곽 역시 꾸준히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지난달 서울 전체 거래 2963건 중 9억원 미만 비중은 87%(2576건)에 달했다. 지난해는 71% 수준이었다.
금천구는 10억원에 가까운 신축부터 1억~2억원대 구축까지 전방위적으로 신고가가 나왔다. 5년 차 금천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84.4㎡)가 지난달 3일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시흥베르빌(84.9㎡)은 6억9000만원에, 금광아파트(59.7㎡)는 3억9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북구에선 2010년 입주한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59.3㎡)가 지난달 28일 6억1500만원에, 입주 20년 차인 래미안수유(84.9㎡)가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실수요가 많고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은 당분간 신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은 전용 84㎡ 기준 ‘13억원 시대’를 열었다. 보라매SK뷰(84.9㎡) 분양권이 지난달 1일과 22일 13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17년 5월 분양가가 6억원대였으나 프리미엄이 두 배 이상 붙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 84㎡는 지난달 17일 16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보류지 물량을 제외하곤 종전 신고가를 3억원가량 경신했다. 양천구 신월동 아이파크위브(신정뉴타운) 59.8㎡는 지난달 30일 8억3630만원에, 가재울뉴타운에서는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DMC에코자이(72.9㎡)가 지난달 4일 9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통계적으로 시세 상승폭이 준 것은 실거래가가 아니라 호가의 영향이 크다”며 “딱히 오를 이유가 없었던 단지도 9억원과 15억원에 올라 붙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와 조정 우려 등을 고려하면 신고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한계가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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