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5대 로펌의 지난해 매출은 2조187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에는 2조원을 겨우 넘겼지만 1년 동안 10% 가까운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로펌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대형사들은 기업자문과 인수합병(M&A), 조세 부문 등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선전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로펌이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이며 덩치 키우기를 계속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대형 로펌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현상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5대 로펌 가운데 변호사 수가 300명을 밑도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로펌의 변호사는 2422명으로 전년보다 172명(7.6%) 늘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768명, 광장과 태평양 변호사는 각각 502명과 440명이었다.
로펌업계에서는 광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 3310억원의 매출을 기록, 처음으로 ‘3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광장은 법무법인 매출(338억원)이 두드러지게 늘어나 법무법인만 놓고 보면 2위에 올랐다. SKC의 KCFT(옛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 인수 컨설팅 등을 맡은 M&A 부문을 비롯해 기업 자문과 조세, 공정거래 분야에서 고르게 매출이 늘었다.
업계 1위 김앤장의 지난해 매출은 1조960억원이었다. 우아한형제들 매각 자문과 미국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닥터자르트 모회사) 인수 자문 등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맡기도 했다. 김앤장은 3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태평양은 지난해 매출 3322억원으로 이번에도 2위를 지켰다. 태평양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PE) 등이 주도하는 대형 M&A 관련 자문 실적이 크게 늘었다”며 “기업위기대응팀을 운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4위 율촌은 223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송무와 기업자문·금융(C&F),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조세 등의 분야에서 고르게 실적을 냈다. 율촌은 배달의민족 M&A 등의 자문을 맡았고 ‘조세의 강자’라는 별명답게 모 금융회사를 대리해 선박선수금환급보증계약(RG) 관련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 취소 소송 등을 승리로 이끌었다.
세종의 지난해 매출은 2053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종 관계자는 “금융은 물론 M&A와 공정거래, 방송정보통신, 국제중재 분야 등의 성장세가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5대 로펌의 지난해 매출은 세무서에 제출한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서 등을 근거로 산출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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