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의 주인공은 봉준호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강력하게 거론돼 시상식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기생충'은 총 6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는 '기생충' 각본을 함께 작업한 한진원 작가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준호는 "시나리오를 쓰는 건 고독한 작업"이라면서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이건 한국의 첫 오스카다. 고맙다"며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 "영감을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제 대사를 화면으로 옮겨준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할리우드가 있든 한국엔 충무로라는 곳이 있다"며 "제 심장인 충무로 모든 영화 제작자와 스태프와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아카데미 감사하다"고 한국말로 소감을 전해 감격을 자아냈다.
'기생충'은 앞서 앞서 진행된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국 아카데미는 오스카보다 더욱 지역색이 강하다는 점에서 '기생충'의 수상은 "쾌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봉준호가 각본상 수상을 하면서 작품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방송인 안현모도 "각본상 수상으로 작품상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에 후보로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한국영화 101년 역사를 새로 쓴 것. 이날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봉준호 감독 뿐 아니라 송강호, 조여정, 최우식, 이선균, 박소담, 이정은, 한혜진, 박명훈 등 '기생충' 주요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1917' 샘 멘데스와 크리스티 윌슨-케언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는 평가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새롭게 장식할 것으로 외신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비영여권 작품인 '기생충'이 아카데미 주요 상을 받은 건 '이례적'인만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워싱턴포스트, CNN, LA타임스 등 외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외국어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CNN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세계 영화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아시아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