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방위적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이 탈 원전, 탈 석탄 흐름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자회사 두산건설의 부실 등의 영향이 누적된 탓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측은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확보하는 중이다. 유동화 가능한 계열사 주식이나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두산메카텍의 주식담보대출에 참여하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두산메카텍은 2016년 두산건설의 화공기자재(CPE)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원래는 ㈜두산이 10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두산이 지난 5일 두산중공업에 전량 현물출자했다. 지분 가치는 2382억원으로 평가됐으나 두산중공업은 이 대가를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신주 4410만2845주를 ㈜두산에 주어 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메카텍 지분을 담보로 약 1000억원 가량 조달을 희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보일러와 터빈 등을 생사하는 발전 설비 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를 모두 팔 수 있다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의 사업부문은 크게 원자력 설비, 발전플랜트 EPC, 건설사업부, 담수 및 수처리 설비, 발전 설비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 사업부의 분할 매각 등이 유력하다. 두산그룹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상반기 중 1조원 가량 조달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말 ㈜두산의 전자사업부문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95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두산(신용등급 BBB+)은 이 무렵 2년만기 회사채를 발행 물량을 수요예측 과정에선 400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최종적으로는 민간채권평가사가 제시한 적정 금리보다 높은 금리(연 4.52%)를 주기로 하고 750억원어치를 찍었다. 금리를 조금 더 주더라도 일단 자금을 마련해 놓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그룹이 자금 조달을 서두르는 가장 중심에는 두산중공업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부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며 두산중공업은 올해 4월27일 외화공모사채 5억달러(약 6000억원어치) 만기가 돌아오고, 5월4일에는 외화사모사채 430억원 만기가 오며, 이날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 4997억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또 5월23일에는 사모사채 100억원, 6월20일에는 사모사채 2건 총 400억원 만기가 닥친다.
이런 가운데 본업인 원전 및 석탄화력 등에서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015년 8조4000억원 수준이던 이 회사의 신규 수주 물량은 작년 1~9월 기준 1조1800억원에 그쳤다. 수주 잔고도 2015~2017년에는 17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에는 15조원대로, 작년 9월말에는 13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1~9월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628억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 줄었다.
작년 말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전환한 두산건설 역시 두산그룹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두산건설은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지만 2013년에 준공한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사태 등의 압박으로 계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5807억원, 작년 1~3분기에는 389억원 순손실을 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일시적인 업황 악화 등이 아니라 탈원전과 탈석탄이라는 세계적인 기조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자금 확보와 장기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동시에 필요한 회사"라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잘 해온 두산그룹의 전력을 볼 때 이번에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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