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림·한진 등 대기업 총수 일가 출신 사내이사 23명이 재선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확산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늘고 있어 법령 위반과 경영권 분쟁 등 사회적 이슈가 불거진 사내이사의 경우 재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 기업 192곳 중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둔 총수일가 출신 사내이사는 23명으로 집계됐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3월2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 만료(3월23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차 사내이사 임기 만료(3월16일)가 대표적이다.
그룹별로 보면 효성그룹이 4건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 하림, 세아그룹이 각각 3건이다. 현대백화점, 롯데, GS, SM그룹은 2건씩이다. 대림, 영풍, 삼성, 두산, SK, LS, 한국금융지주, 카카오는 1건씩 있다. 당장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경우 국민연금의 의중에 따라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진그룹을 비롯해 대림, 효성, 롯데그룹 총수일가 출신 사내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탁자 책임 활동 강화와 전자투표의 편의성 제고에 따른 영향이다.
대기업집단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인 716개 국내 상장 기업 가운데 기금운영본부의 직접 보유분이 없는 510개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자산운용사 등에 위임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부터 위탁운용사에 일부 종목에 대한 의결권을 위탁하게 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이슈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21년에는 16개 그룹에서 19명, 2022년에는 11개 그룹에서 17명의 대기업 총수 일가 출신 사내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상장 기업은 관련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등 주주와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실적 설명 중심의 기업설명회(IR) 이외에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주주와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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