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서 두 자녀를 돌보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친인척 묘지 근처에 매장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3년간 부부는 첫째 아들(5)과 사망한 둘째 딸 앞으로 나온 양육·아동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여름께 이들이 낳은 셋째 아들은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매장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원주경찰서는 자녀 2명을 방임해 숨지게 한 20대 남편 A씨와 아내 B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치사)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원주의 한 모텔과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2015년 첫째 아들을 낳았다. 이어 2016년 둘째 딸을 출산했으나 그해 가을 방임으로 사망했다.
부부는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을 원룸에 남겨 둔 채 집을 자주 비우는 등 방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둘째 딸이 숨진 뒤인 2018년 늦여름에 셋째 아들을 낳았지만, 2019년 여름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지내면서 매달 20~40만원가량 지급된 첫째 아들과 죽은 둘째 딸의 양육·아동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아동수당을 신청해 수년간 받아 챙긴 것이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충격적인 방임치사 사건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간 벌인 '2015년생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이 조사 대상인 첫째 아들의 소재 확인 과정에서 유기치사 혐의까지 밝혀낸 것이다.
경찰은 부부를 추궁한 끝에 두 아이를 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 남편의 친인척 묘지 부근에 묻힌 영아 2명의 백골 상태인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은 "숨진 영아들의 사인과 방임 학대가 더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