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4명이 타고 있는 이 크루즈선은 초기 방역 실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배양소’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곳에선 홍콩인 우한 폐렴 확진자가 탑승했던 사실이 확인된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총 13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크루즈선 승객 가운데 우한 폐렴 감염 우려가 높은 노인이나 지병이 있는 사람부터 우선 하선시켜 주변 병원에 수용키로 방침을 굳혔다.
지금처럼 무리하게 밀폐된 선내에 3700명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경우 우한폐렴 감염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 탑승객 전원에 대한 감염 여부 검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간 선내에 다수 인원을 계속 대기토록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후생노동성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사람 이외에는 지난 5일을 기점으로 14일간 선내에 머물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격리 조치하는 등 늑장 대처한 탓에 전염병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폐쇄된 공간에 고령자가 다수 탑승하고 있어 우한 폐렴이 들불처럼 번졌다. 오이시 가즈노리 도야마현위생연구소 소장은 “135명에 달하는 감염자 수는 홍콩인 확진자 한 명의 감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배 안에서 이미 3차, 4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부 승객에게는 하선의 길을 열어놨지만, 여전히 크루즈선 방역에 대한 일본 정부 방침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우한 폐렴 감염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원 검사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크루즈선 감염자를 일본 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않고 ‘기타’로 집계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꼼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은 크루즈선 감염자 135명에 일본 국내 감염자 26명을 합해 161명이 확진돼 국가별 감염자 수가 중국에 이어 2위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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