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설날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중국인은 ‘재물을 많이 쌓으세요’라고 인사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 있는 날에 재물에 대한 열망을 담아 인사하는 것을 보면 중국인은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매우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물을 쌓는다’를 중국어로 표현하면 ‘파차이(發財)’가 된다. 그리고 숫자 8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바(八)’가 된다. ‘파(發)’와 ‘바(八)’가 비슷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8을 발음할 때 ‘파차이’가 연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비즈니스에서는 다른 숫자들보다 상대적으로 8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특히 상품 가격을 정할 때 감성 마케팅 측면에서 숫자 8을 많이 활용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중국인 집에서 설날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때 설날 세뱃돈으로 800위안을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 번호판에서 8이 연속으로 나열되는 경우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낙찰된다는 뉴스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이 2008년에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했던 열망도 숫자 8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은 8월 8일 개막됐다.
중국인들은 숫자 9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9를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 가장 큰 숫자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9의 발음은 ‘주(九)’인데 이 발음은 ‘오래되다’란 글자의 발음과 같다. 따라서 9는 오랫동안 발전하고 장수하고 잘산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8과 9의 매력은 가격을 결정할 때 잘 나타난다. 애플 아이폰11의 가격을 검색해 보면 중국에서 5499위안으로 책정돼 있다. 5500위안이면 계산도 편리하고 정보도 쉽게 전달될 텐데, 왜 5499위안으로 가격을 정했을까. 9에 대한 감성 마케팅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갤럭시노트10도 중국 시장에서 가격이 6599위안으로 책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2009년부터 10년간 무역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낸 국가가 중국이다. 지난해 홍콩에 이어 두 번째 무역 흑자 국가가 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임에 틀림없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인의 재미있는 특성을 이해한다면 무역액과 무역 흑자는 물론, 개인적인 비즈니스에서도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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