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역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복합빌딩 ‘에스트레뉴’는 SK주유소 터(대지 1858㎡)였다. 2009년 지상 36층 규모의 상업시설과 오피스텔 118실로 탈바꿈했다. 앞으로 여의도 삼성동 등에 있는 알짜 SK주유소 부지 10곳에 이 같은 복합빌딩이나 GS건설의 자이 브랜드를 내건 기업형 임대주택(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효용성이 떨어진 혐오시설을 주변 환경 변화에 맞게 바꾸는 부동산 용도변경(conversion)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인근 지역 가치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9호선 벨트에 랜드마크 들어서
11일 투자은행(IB)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조3000억원 규모 SK주유소 203곳을 인수할 예정인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코람코자산신탁 현대오일뱅크 자이에스앤디 등)은 자체 개발할 부지 10곳을 확정했다. 서울 핵심지역 SK주유소 개발은 GS건설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주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과 코람코자산신탁이 주도하는 복합빌딩 사업으로 나뉜다. 두 회사는 주유소 부지를 5개씩 나눠 개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개발한다. 총 부지 매입 비용만 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은 SK네트웍스와의 매매계약을 이달 마무리할 예정이다. 나머지 193개 SK직영주유소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묶어 운영되며 현대오일뱅크가 장기 임차할 계획이다.
복합개발 대상지는 강남권을 동서로 잇는 지하철 9호선 벨트에 집중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개발하는 9호선 삼성중앙역 4번 출구 앞 SK오천주유소와 구반포역 인근 SK반포 셀프주유소 부지는 여의도 에스트레뉴처럼 복합빌딩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10곳의 평균 부지 면적은 약 1980㎡로 에스트레뉴 면적과 비슷하다.
코람코자산신탁은 SK주유소 부지 개발사업을 통해 시행부터 운영·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부동산개발업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주상복합·업무시설·임대주택을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에스앤디가 주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지로는 송파구 거여동이 낙점됐다. 5호선 거여역 2번 출구 바로 앞 SK송파셀프주유소 부지다. 경의중앙선 중랑역 인근 SK중랑교점주유소에도 기업형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이 밖에 9호선과 2호선이 환승하는 당산역 인근 영등포구 양평동과 강남권 송파구 부지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공공지원형 청년임대주택 물량도 일부 포함된다.
강동구에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역세권에 있는 SK암사주유소가 개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 가격 급등 지역인 동작구 일원과 3대 업무지구인 여의도 내 SK주유소 부지도 복합빌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주유소가 복합빌딩, 기업형 임대주택단지로 바뀌면 인근 부동산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이에스앤디는 이번 PF에 총 312억원의 지분을 출자한다. 투자자이자 시행사로서 부지 개발을 맡는다. 2000년 4월 이지빌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18년 자이에스앤디로 사명을 바꾼 뒤 부동산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이에스앤디 관계자는 “입지 여건이 뛰어난 만큼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용도변경 본격화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 대상 부지가 초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어서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 수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한 대형 시행사 관계자는 “10개 부지의 평균 면적이 1980㎡로 넓은 데다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준주거지역이어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주변 부동산 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교통이 편리한 대로 옆 초역세권에 주상복합 등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 해당 건물의 가치뿐만 아니라 주변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을 계기로 부동산 용도변경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승배 대표는 “기능을 상실한 부동산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은 민간 차원의 도시재생사업”이라며 “산업구조 변화로 용도가 모호해진 도심 건물이 많아 민간 주도의 용도변경이 활발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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