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우리은행장에 권광석…은행장 직속 소비자보호그룹 신설

입력 2020-02-11 17:19   수정 2020-02-12 02:03

새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가 선임됐다. 은행 외부에서 활약하던 가장 젊은 후보를 새 행장으로 발탁한 것은 변화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등 잇단 논란 속에서 ‘우리은행 구하기’의 최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우리금융은 11일 계열사 전체 인사를 단행하고 은행장 직속 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하는 등 조직 체계도 전면 재정비했다.

“안정보다 혁신과 변화에 방점”

이날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권 대표를 차기 은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권 내정자는 다음달 주총에서 행장 선임안이 의결되면 임기를 시작한다.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권 내정자는 국내외 네트워크가 두텁고, 기업금융(IB) 및 해외 기업설명회(IR) 경험이 풍부해 IB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가다. 그는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으며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IB그룹장,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등을 거쳤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홍보실장, 우리아메리카은행 미국 워싱턴영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외부 인맥을 탄탄하게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생으로 최종 행장 후보 3명 중 가장 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재직 시절 한 번 업무를 맡으면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등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외부와 교류하는 자리를 두루 맡아 친화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권 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낙점한 것은 안정보다는 혁신과 변화에 더 주안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추위 측은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논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겸비한 리더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내정자는 면접 당시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위험가중자산 관리 및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한 경영 효율화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현 정권에서 금융권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울산 학성고 출신이라는 점이 인선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우선 과제는 ‘조직 재정비’

권 내정자에게는 DLF 사태 등 그동안 우리은행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주사 출범 이후 1년 만에 단독 은행장을 맡게 된 만큼 손태승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임추위는 “지주사와 은행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은행 조직 안정화 및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달 주총 이후 손 회장과 권 내정자는 각각 지주와 은행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손 회장은 은행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만큼 그룹 전체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이를 위한 주가 부양, 대형 인수합병(M&A)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계열사 ‘원샷’ 인사 단행

임추위는 이날 은행 및 자회사 6곳 임원 인사와 그룹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우리종금 대표에 김종득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우리신용정보 대표에 조수형 우리은행 소비자브랜드그룹 부행장, 우리펀드서비스에 고영배 우리은행 신탁연금그룹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와 이동연 우리FIS 대표, 최광해 우리금융연구소 대표는 연임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 개편도 했다. 그룹 차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을 신설해 소비자 보호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은행도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분리 재편했다.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둬 독립성을 강화했다.

그룹 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지주 차원의 부문제도 도입했다. 자산관리(WM),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디지털 등 주요 추진 사업별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게 골자다. 은행은 ‘부문장’이 폐지되고 ‘그룹장’ 제도로 운영된다. 지주 부사장 자리도 기존 두 자리에서 여섯 자리로 늘렸다. 은행장 최종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김정기 부문장은 지주의 사업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이동한다.

우리금융 측은 “우리금융이 본격적으로 지주-은행 분리 경영의 길을 걷게 된 만큼 계열사 간 협업을 극대화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사가 두 달가량 미뤄지면서 조직이 뒤숭숭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룹 차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로 고객 신뢰를 되찾는 금융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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