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1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으로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이 희생됐는데도 유골을 수습하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못한 사망자들이 많아 국가적 차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지 못했다"며 "오는 6월 7일 해인사에서 모든 희생자를 위한 대규모 수륙대재(水陸大齋)를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양나라 무제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수륙재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희생된 원혼을 달래고 천도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례다. 국내에서도 고려 때의 국중수륙대재(國中水陸大齋),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직후 전국 각지에서 시행된 수륙재 기록이 남아있다. 서울 진관사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해인사는 이번 수륙재에서 국군,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남·북 민간인 등 다섯 유형의 희생자들을 하나의 영단인 오로단(五路壇)에 합동으로 안치할 계획이다. 6·25전쟁의 희생자는 국군 13만7000여명, 경찰 3000여명, 남한 민간인 24만4000여명,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3만7000여명, 북한군 52만명, 중공군 14만8000여명, 북한 민간인 28만2000명 등 총 13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현응스님은 "전쟁의 모든 희생자들을 인도적·종교적 차원에서 위령·천도하고자 한다"고 수륙재를 봉행하는 뜻을 설명했다. 이날 수륙재에는 각계 지도자는 물론 북한을 포함한 전쟁 당사국 대표들도 초청할 계획이지만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수륙재 전날인 현충일(6일)에는 오전부터 다채로운 체험 행사와 사진전 등이 열리고, 저녁에는 저녁에는 '한국전쟁 70주년, 해인사 추모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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