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은 12일 “(영화 ‘기생충’) 촬영 시점의 마을 원형을 보존하면서 인근 주민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재개발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포구가 원형 보존하기로 한 지역은 ‘기생충’의 촬영지인 손기정로 32 일대다. 마포구는 이 지역의 돼지슈퍼와 가파른 계단길 등을 묶어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마포구와 함께 촬영지 존치를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역지정이 된 뒤에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을지면옥’과 같이 주변 시설 존치 방향에 대해 주민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포구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거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설명이다. 4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식 ‘돼지슈퍼’ 사장(77)은 “이 주변 집과 상점은 너무 낡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구청장을 만나면 재개발을 빨리 추진해달라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슈퍼’는 이 구역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이를 빼놓고 재개발하는 것이 어렵다. 아현동 H공인 관계자는 “슈퍼가 존치된다면 재개발 자체를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역 내 주민 대부분은 이 일대를 관광상품화하겠다는 마포구의 방침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곳 주민 방모씨(52)는 “반지하와 낡은 집을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건 가난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재개발을 빨리 추진해 쇠퇴 중인 이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