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2일(한국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20년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 핵심 제품군을 공개했다. 폴더블폰 시장 선점과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고급화 전략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관련 부품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권고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두 번째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플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선 가격이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 폴드의 239만원보다 크게 낮아진 165만원으로 책정됐다. 폴드와 달리 위아래로 접히는 형태로 휴대성을 강조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메모리, 카메라 등 기본 부품의 사양을 낮추고, 접는 부분인 힌지의 면적 축소와 초박형유리(UTG)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상승 등으로 원가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Z 플립의 합리적인 가격은 삼성전자가 초과이익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폴더블 단말기 시장에 대한 확고한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라며 "문제는 공급"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월 26만개, 수율을 감안하면 월 20만개 내외로 추산했다. 연성회로기판(FPCB)과 힌지 등 관련 부품업체의 생산도 월 15만~20만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Z 플립의 연간 판매량은 200만대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증설하고, 수요가 긍정적이라면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Z 플립 관련 부품업체로는 KH바텍 세경하이테크 파인테크닉스 등을 꼽았다.
◆ 갤럭시 S20, 카메라 고급화 전략
Z 플립과 함께 공개된 갤럭시 S20 제품군은 전작에 비해 가격과 카메라 사양이 높아졌다. 가격은 5세대(5G) 통신을 지원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인상됐다. 카메라 기능이 대폭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최고 사양 제품인 S20 울트라는 1억800만화소에 10배 광학줌이 가능한 카메라를 적용했다. 울트라와 S20 플러스에는 사물을 3차원(3D)로 인식할 수 있은 ToF(비행시간거리측정) 렌즈가 장착됐다.
S20 제품군은 올해 3300만~35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 중이다. 수혜주로는 삼성전기와 나무가 등이 제시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메라 사양 상향으로 카메라모듈업체인 삼성전기의 수혜가 가능하다"며 "울트라는 1억화소에 10배 광학줌이 가능한 폴디드줌을 채택했기 때문에 삼성전기의 공급단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배 광학줌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액트로와 옵트론텍, ToF모듈 납품업체인 나무가 등의 수혜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 중 하나로는 한국과 베트남에 위치한 부품 공급망이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중국 생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애플과 화웨이에는 부정적이란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생산하며 부품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 조달 가능하다"며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경쟁사 대비 불확실성이 가장 작다"고 판단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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