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줄어들었고,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새로 감염된 환자도 8일 연속 감소했다. 후베이성에서 나온 신규 확진자 역시 하루 2000명대에서 1000명대로 내려왔다.
신종 코로나 확산 정점 지났나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이번 사태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거쳐 전염병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방제 작업이 효과를 거뒀다”며 “지금은 전염병 방제 작업에 가장 힘겨운 중요 국면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장쑤성 시안교통리버풀대 연구팀은 당국의 축소 발표 등 다른 요인이 없다면 다음주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오는 23일이면 ‘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호흡기 질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이미 일부 지역에선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2월 말 정점을 지나고 4월 전에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은 우한 현지 취재를 통해 병상 부족과 검사 지연 등의 문제로 실제 감염자 수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LSHTM)의 전염병 전문가인 존 에드먼드는 “중국의 자료는 너무 엉망이라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춘제(설) 연휴가 끝났지만 중국 전역에서 아직까지 인구 이동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기업들의 업무가 정상화되지 않은 점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앞으로 1주일간 1억6000만 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MWC 취소 가능성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선 39명의 감염자가 새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승선자에 대한 추가 검사에서 승객 29명, 승무원 10명 등 39명이 양성반응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5일 10명의 집단 감염이 처음 확인된 이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감염된 사람은 174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승선자(3711명)의 4.7%에 이르는 수치다.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번지면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시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불참을 선언하는 기업이 잇따르자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올해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MWC는 24~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아마존을 비롯해 시스코, 인텔, 페이스북, 스프린트, NTT 도코모, 소니, LG전자 등이 올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폭을 기존보다 20%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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