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복잡한 수식 대신 일상 속 개념으로 푼 경제학

입력 2020-02-13 18:02   수정 2020-02-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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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쓰던 제품이 망가지면 새 상품을 샀다. 기능이 같으면 제품의 물건은 모양과 색이 모두 같았다. 포드의 양산 대중차 ‘T형 포드’는 모두 검은색으로 똑같이 생겼다. 제조자들은 성능이 같아도 다르게 생긴 상품에 대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디자인’이란 개념을 생각해냈다. 색과 형태를 바꿔 구입을 유도했다. 덕분에 ‘유행’이란 게 생겼고 디자이너란 직업이 등장했다. 디자인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수식과 법칙, 원론이 아니라 역사, 문학, 예술,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으로 경제를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출신 경제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배우기 이전에 이미 삶 속에서 경제학적 원리를 활용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음을 강조한다. 복잡한 수식 때문에 경제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상거래의 표준화, 금융업의 태동, 중개무역, 선물거래의 방식 등을 원론과 법칙 대신 일상 속 개념들로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가 중립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기축통화인 스위스프랑에서 찾는다. 로마인들이 지중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시칠리아섬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해 식민지국가들에 세금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약에서 음료수로 변신하며 인기를 끈 코카콜라의 사례를 들어 전혀 다른 경제현상인 ‘수요량의 변화’와 ‘수요의 변화’를 구분해준다. ‘수요량의 변화’는 가격에 따라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제품의 수량이 달라지는 경우다. ‘수요의 변화’는 해당 제품의 가격 외에도 소득 증감이나 경쟁 제품의 등장 등 다른 요인이 바뀌어 구매 결정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영화관의 팝콘을 통해 입장료의 수익구조를 살펴보고 복식부기의 원리와 증권의 등장, 채권 발행 등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케이블 방송과 라디오의 생존전략으로 대체재와 보완재를 설명하고 클래식 공연의 비싼 관람권 가격으로 신용재의 특징을 짚어낸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경제학 개념들을 쉽게 정리하려 한 시도가 흥미롭다. 경제 교양서로는 적당하지만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서술이 다소 단편적이어서 깊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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