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통과시키며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에 따른 주주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에만 그쳤던 기관투자자들 역시 행동주의 펀드가 증가하는 등 주주관여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최근 '2020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를 내고 다가오는 정기 주총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 5가지를 선정했다. KCGS는 지배주주의 이사회 출석률과 겸직, 늘어나는 현금배당, 연기금의 변신,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전망, 사외이사 임기제한 시행 등 다섯 가지가 이번 주총의 중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사회 출석률 낮은 지배주주들의 재선임
먼저 보고서는 지배주주의 이사회 출석률과 겸직에 대한 안건을 주총 이슈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지배주주의 등기임원 재직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사회 불참으로 인해 기업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등기임원으로서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KCGS측의 분석이다.
KCGS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기업에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지배주주 또는 친인척은 35개 그룹 90개사에 총 67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는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총 33명에 달한다. 연구진은 "겸직 기업의 수가 많아질 수록 이사회 평균 출석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사회 출석률이 낮고 다수 계열사에 겸직된 이들의 재선임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관련 주주관여 늘 것
연구진은 올해 배당과 관련된 주주관여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12월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요 자산운용사 및 대형 연기금들의 코드 가입이 본격화되면서, 상장사들의 배당 실시와 배당금 증가를 통한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정된 2016년 이후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의 수는 93개사(2016년)에서 70개사(2018년)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KRX300지수에 편입된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 및 배당금 지급액 규모도 증가 추세다.
연구진은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투자계획과 배당정책이 제시되지 않는 무배당 혹은 저배당 기업들에 대해선 배당확대 주주제안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도한 주당 배당금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하므로 회사의 자본배분정책,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배당 규모 및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변신
그간 소극적 의결권 행사에 그쳤던 연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등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해 말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국민연금이 대표적 예다. 사학연금공단은 작년 말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이후 자산운용정책에 책임투자와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을 명시했다. 공무원연금공단 역시 근로자 관계, 사회적 이슈, 환경 이슈에 대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담은 의결권 세부 행사기준을 제정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활성화와 KCGI(강성부 펀드)등 행동주의 펀드의 증가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관여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정기주총 시즌에 주주서한을 비롯해 주주제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공시 등 다양한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선 바 있다.
연구진은 이달 1일 부로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촉진시킬 것이라 전망했다. 개정안은 배당, 지배구조관련 정관변경, 관계법령에 따른 이사해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이전과 달리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일반투자'로 분류하게끔 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공시 의무가 완화되면서 이들의 주주활동이 보다 용이해진 셈이다.연구진은 "지난 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에도 실질적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주주관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외이사 200여명 물갈이
KCGS는 마지막 주총 이슈로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 강화를 꼽았다. 지난 달 29일부로 상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사외이사 임기를 적용받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에서 최대 6년, 계열회사를 포함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소속된 상장기업 중 오는 2월과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총 361개 기업에서 59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61개 기업, 208명의 사외이사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기업에서 재선임될 수 없다. 이에 더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 158개사 중 12개 사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정기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투자자들은 개정안 시행으로 사외이사 구성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 신규로 선임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더불어 사외이사로써 전문성을 보유한 후보가 선임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