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우한 막아라"…中 광저우·선전, 사유재산 징발 '초유의 조치'

입력 2020-02-14 17:37   수정 2020-05-14 00:02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두 달여 이어지면서 양상도 바뀌고 있다. 우한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성은 여전히 심각한 반면, 후베이성 이외 지역은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후베이성 인근 지역은 ‘제2의 우한’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0시 기준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만3851명, 사망자는 138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5090명, 사망자는 121명 늘었다. 중국 전역의 의심 환자는 1만109명,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49만3067명이며, 이 중 17만7984명이 의학 관찰을 받고 있다.

후베이성만 놓고 보면 확진자는 4823명, 사망자는 116명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은 신규 확진자가 3910명, 사망자는 88명이었다. 후베이성을 뺀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267명으로 10일 연속 감소했다.

후베이 인근 성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초유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광둥성의 양대 도시인 광저우시와 선전시는 지난 11일부터 산하 각급 정부나 방역지휘기구에서 필요할 때 법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건물과 토지, 교통 수단, 시설, 설비 등을 징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홍콩 명보가 이날 보도했다. 두 도시는 또 각 기업에 방역에 필요한 물자나 생필품 생산·공급을 요구하는 것도 허용했다.

중국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사유재산을 징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 시행 이후 처음이자 2007년 ‘물권법’을 제정한 이후 최초라고 명보는 전했다. 물권법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정부가 유사시 사유재산을 징발할 수 있지만 이를 반환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광저우는 또 외식 금지령을 발령하고 식당과 카페는 포장과 배달 서비스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광저우와 선전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환자 수용 공간과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용품이 턱없이 부족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는 1261명에 달한다. 광둥성 내에서 유동 인구가 많고 경제가 발달한 선전(400명)과 광저우(328명)에 확진자가 가장 많다.

후베이성 내에서도 초강력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황강시는 14일 0시부터 모든 주택단지를 2주간 전면 폐쇄 관리한다. 의료진이나 기본 민생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단지를 출입할 수 없다. 스예시는 장완구 전역에서 중국 도시 처음으로 ‘전시 통제’를 선언하고 14일간 모든 주택단지를 폐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이 이어지자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 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에서 주택단지에 대해 봉쇄식 관리를 하는 도시가 늘어나면서 알리바바의 하루 매출이 최대 80%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알리바바 티몰에 입점한 유니클로와 에스티로더, 빅이브 등 대형 브랜드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에서 최대 80%까지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오는 17일로 예정했던 우한공장의 조업 재개 시기를 다시 1주일 연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처음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단점과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중앙 전면심화개혁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 “경험을 총결산하고 교훈을 받아들여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단점은 다그쳐 보충하고, 부족한 점은 배우며 약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대응 과정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온 시 주석이 입장을 바꾼 것은 중국 내부 불만이 높아진 데 따른 민심 다독이기로 풀이된다.

크루즈선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은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80세 이상 고령자를 시작으로 하선을 허용했다. 일본 정부는 하선한 탑승객들을 사이타마현 와코시에 있는 세무대학에 머물게 하고 의료진이 건강 관리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대책 비용으로 예비비 중 103억엔(약 1109억원)을 지출키로 결정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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