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수장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며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 부총리 “소비활동 해달라” 당부
홍 부총리는 14일 이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과 진행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말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2.4%)를 조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퍼지는 기준금리 인하론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2015년에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는 시기에 진입했을 때지만 현재는 경기가 바닥을 지나서 회복 단계에 있다”며 “2015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적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통화정책 여력이 있어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수장들은 시민들에게 정상적 소비·경제 활동을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지나친 공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극복하고 정상적 경제·소비 활동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또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꺾이는 소비·서비스업 생산
경제수장들이 이처럼 경기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는 이날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작년 4분기 경기개선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성장 및 한국 경제의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되던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경기가 이번 사태로 꺾일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국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각각 1.5%, 2.4%로 전년(2.1%, 4.3%) 대비 둔화세를 보였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국내 전체 카드(신용·체크) 승인액 증가율도 3.9%로 전월(9.6%)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설 연휴로 각종 소비 수요가 많았던 시기인 데다 코로나19 영향이 월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타격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예산 집행과 투자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이날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경기 회복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올해 공공기관을 통해 60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며 “현재 10개월 이상 걸리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7개월로 단축해 조기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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