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총리가 된 지 6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가 터지면서 현장을 뛰고 있지만,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를 찾아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새는 좀 손님들이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죠. 어때요, 버틸 만해요?” 등의 발언을 했다. 상인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정 총리는 “아마 조만간 다시 바빠지실 거니까, 편하게 지내시는 게 좋아요”고 말했다.
정 총리는 해당 발언들이 논란이 되자 14일 세종시의 한 김치찌개 식당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상인이 ‘(정 총리가) 의원이 되기 전 (쌍용그룹) 회사에 다닐 때부터 정 총리를 알았다. 엄청 좋아한다고 친밀도를 표현했다”며 “편하게 농담으로 ‘지금 장사 좀 안 되더라도 곧 바빠질 테니 편하게 생각하란 뜻에서 농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간담회에서도 오해를 살 법한 발언이 나왔다. 정 총리는 20대 국회의 활동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회는 원래 힘이 별로 없다. 입법에 대해서는 주도권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 발목 잡는 데 선수”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내가 국회 사람이니 괜찮다”며 “너무 그렇게 보지 말고 양념으로 생각하면 좋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면 없던 것으로 해 달라”며 무마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각 당에선 정 총리의 ‘실언’에 대해 일제히 비난했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지금 얼마나 많은 국민들과 서민들이 힘들어하는지를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 같은 무개념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감 능력이 부족해도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닥친 절망적 현실을 한낱 말장난 거리로 생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권성주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삼권분립 헌법정신마저 파괴하며 달나라 대통령의 2인자를 자처하더니 그새 달나라 총리가 되어버린 것이냐. 민생탐방 응원 쇼인 줄 알았더니 민생염장 막말 쇼였다”라고 꼬집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국민들의 아픔에 무감각한 태도였고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감수성도 없는 몰지각한 언행이었다”며 정 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한폐렴과 관련해 스스로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계속 나왔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중국 우한 교민들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파견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당시엔 중국 정부와 우리 정부 간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전세기로 이송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충남 천안에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지난 9일엔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중국 내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제한 조치도 검토한다고 언급하고, 회의 직후 중수본 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브리핑한 데 대해서도 ‘엇박자’란 비판이 나왔다.
정 총리는 이런 가운데 14일 간담회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삼박자가 잘 맞아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취임 당시 약속한 ‘경제 총리’로서의 각오를 잊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중국 입국제한 지역 추가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총리는 “중국에서 진정이 안 되는 건 사실이고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느냐가 더 큰 관심 사안이고, 이를 의사결정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크루즈에 탑승 중인 한국인 14명에 대한 입국 지원 조치는 하지 않되, 영사 조력을 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취하도록 외교부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근거지인 사람은 5명이며 나머지는 미국과 일본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며 “우한 교민 케이스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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