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누가 임 교수에 대한 고발 결정을 내렸는지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는 등 수습 과정도 총체적 난국을 보여서다.
고발 취하 후에도 민주당의 대응을 두고 당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총선을 불과 두 달 앞 둔 상황에서 민심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민주당은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쓴 임 연구교수를 고발했다가 하루 만인 지난 14일 결국 취하했다. 앞서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나서 "취하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고발을 취하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대응은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
공보국이 기자들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유감'을 표명한 게 전부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도 없었다. 나아가 임 연구교수가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임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임 연구교수가 실행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가 소장을 맡았던 곳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 '제 발등 찍기'란 비판이 터져나왔다.
누가 임 교수 고발을 결정했는지도 오리무중. 고발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명의로 접수됐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부 언론에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최고위에서는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한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이 대표 또한 정확한 경위를 몰랐을 것이란 얘기다.
당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호중 사무총장이 '고발'을 언급했으며, 공보국에서 고발 의견이 올라왔다. 당 대표 직인이 찍힌 고발장을 결재하는 실무자는 당직자인 윤 사무총장, 고발 내용을 언급했던 홍 수석대변인 쪽에서 고발을 주도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확한 사실관계도 밝혀지지 않고 고발 취하 관련 대응도 엉성했던 데다 제대로 책임을 지는 이조차 없자 당 안팎에서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당사자인 임 교수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민주당만_빼고'로 바꾸자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는 '#민주당만_빼고' '#나도_고발하라' '#나도_임미리다'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 등 진보 진영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민주주의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도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이탈, 총선 악재가 가시화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도층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수층의 공격이야 얼마든지 감내하고 제 나름대로 설득하겠지만, 젋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제가 어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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