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사를 통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엔젠시스의 첫 번째 임상 3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발생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분명히 파악했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조사한 결과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1상에서 약물과 위약 간 횬용은 없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생산, 저장, 임상, 분석 등에 관여한 CRO들의 문서를 조사하고 사용된 약물, 검체 등을 모두 수거해 분석한 결과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임상 3-1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데이터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혈중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위약(가짜약)군 환자의 혈액에서는 엔젠시스의 유전자가 많이 나온 데 비해 약물군 환자의 혈액에서는 엔젠시스의 유전자가 적게 검출됐다.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는 환자에게 유전자가 담긴 약물을 투여해 통증을 완화한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위약군이 약물을 맞고 약물군이 위약을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조사 결과 그때 분석기관이 제출한 데이터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혈중 유전자 검사는 간혹 틀릴 때가 있다”며 “분석기관에 추후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상 3-1상의 실패 원인에 대해 김 대표는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제가 아니라 주사제로 대규모 임상을 하는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였다”며 “임상 수행 인력이 새로운 약물 투여 방식에 익숙지 않아 임상 초기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투여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약물 투여 3개월 후 통증 완화’가 헬릭스미스가 설정한 임상 주평가지표였으나 엔젠시스의 효과는 위약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임상 3-1상 환자 500명 중 101명을 대상으로 한 확대임상에서 결과가 더 좋았던 이유도 분석 중이다. 김 대표는 “두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성격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결과도 유사하게 나와야 하는데 확대임상에서 결과가 더 좋았다”며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헬릭스미스는 조만간 추가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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